"내 명령따른 피고…관대히 처벌해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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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재규등 피고인7명 전원이 합석한 가운데 24일하오 육군본부대법정에서 열린 박대통령시해사건항소심 결심공판은 긴장속에 진행됐다. 2시간58분만에 김재규·유성옥피고인의 사실심리와 피고인7명전원에 대한 논고·변론·최후진술까지 모두 끝냈다.
○…김재규피고인이 16분간의 최후진술을 끝낸 것은 하오6시40분. 1심때와는 달리 자리에 앉아 진술한 김피고인은 진술을 마마치고 방청석에서 서성거리는 여동생 재선(46)ㆍ단희(38)ㆍ순희(35)씨등 3자매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하루도 거르지않고 김피고인의 공판광경을 지켜온 3자매가 공판정에서는 처음 보이는 눈물이었다.
10·26사건의 필연성을말하겠다면서 최후진술을 마친 김재규피고인은 변호인단을 향해『내가 빠뜨린것은 없느냐』고 묻고 법무사 신학근중령이『항소이유서보충제출 기회가있으니 끝내겠다』고하자『하오만 되면 독소가 위로 올라오는지 정신이 좋지않다』면서 피로를 호소했다.
○…하오3시10분 김재규피고인을제외한 6명의 최후진술까지 듣고 재판부가『김재규피고인의 변호인신문사항 조정시간을위해 휴정하겠다』고 선언한뒤 변호인과 김재규피고인·재판부는 바쁘게 움직였다. 김피고인과 변호인7명은 법정뒤쪽 별실로 들어갔다.
20개항의 신문사항을 기록, 이를들고 강신옥·김제형·황인철·안동일변호사는 법무사실로 향했다. 신문사항을 미리 통고하기 위한것이었다.
이러기를 두차례. 결국변호인반대신문은 낙착됐다. 이돈명·강신옥·조준희변호사등이 김피고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김피고인은『항소이유서보충제출 기회가 있으니 좋을대로하라』고 변호인단에 일임했다. 그래서 공판이 다시 속개되었을 때 법정뒷벽에 걸린 시계는 하오4시27분을 가리키고있었다.
○…이날 김재규피고인은 재판부의 제지를 거의 받지않고 최후진술을 마쳐 1심때와 대조를 이뤘다.
○…변호인신문을 마친 김재규피고인은 변론·최후진술에 앞서 있은 23분간의 휴정시간에 피고인석을 찾은 김제형·강신옥·이돈명변호사와 무엇인가 대화했다.
재판부가 김재선씨등 김재규피고인의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신청을 기각한다고 고지하자『김재선이 누구냐』고 변호인단에 묻고『여동생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검찰부의 공소장변경으로「내란목적살인죄」를 벗어난 김계원피고인에게 검찰관 김익하중령은 원심형량대로 사형을 구형해『어쩌면…』하고 기대했던 가족·변호인단은 실망하는듯한 표정이었다. 검찰논고가 있기전부터『법리 논쟁에서 양보한 검찰부가 형량을 그대로 두지않을지 두렵다』던 이병용변호사는 결심공판이 끝난뒤『우려했던』대로 일이 끝났다고했다.
김계원피고인의 장남 병덕(27)ㆍ2남 병민(25)씨 그리고 퇴정하는 피고인자신의 얼굴은굳어있었다.
○…김재규피고인은재판장을 향해『6·25를 같이 치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입장에서 내 명령에만 따른 다른 피고인은 정상을 참작, 관대히 처리해달라』며「최후의 최후진술」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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