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백70억불 수출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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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의 지속적인 증대는 한국경제가 지니고 있는 불가피한 명제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가 7일의 무역확대회의에서 80년대도 수출신장을 계속 추구하며 그 첫해인 올해의 수출목표를 79년 실적보다 13% 늘어난 1백70억「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힌 것도 그러한 선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의 해외의존도가 80%선에 이르고 있고 또 거의 무자원으로 경제개발을 해야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줄거리가 대외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논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고 상품·자원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국제 경제환경의 변화로 우리의 수출여건에는 갈수록 난제가 쌓여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팽배,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의 침체나 세계 무역의 편향성 및 국제 통화정세의 불안 등 일찍이 없었던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가 우리의 앞을 첩첩이 가로막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과열된 수출 「드라이브」정책으로 적자수출까지 감행해야 했던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우리의 수출은 이러한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면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는 지난날과 같이 연율 30%이상의 급신장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냉정한 계산아래 수출증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금년의 세계 무역정세는 선진 각국의 성장둔화로 상당히 신장세가 위축되리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금년 세계 무역은 전체적으로 금액으로는 14%가량 늘겠지만 물량은 약 2%정도 밖에 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으며, 그중 비산유 개도국은 금액으로 수출은 8%, 수입은 17%가 증가하여 무역적자는 79년보다 2백70억「달러」가 불어난 9백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무역협회가 예상한 금년의 한국상품 수출예상액 1백73억「달러」, 가격상승률 6.6%, 물량증가율 7.9%는 지나치게 낙관적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결코 밝은 수출환경이 아닌데도 국내 경기의 후퇴, 그에서 빚어지는 실업률의 상승 등을 극소화하기 위해선 우리 나름대로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출산업의 기반이 닦여졌다고 한다면, 질서 있는 수출, 내수를 희생시키지 않는 수출이 80년대의 수출 「패턴」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채산성 위주의 수출로, 참다운 의미의 외화 획득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마구잡이 수출로 상대국의 반발을 살 것이 아니라 상품의 질을 고급화하여 단위당 가격을 올리고 국제 경쟁력도 배양하며 보호 장벽을 뚫고 나가는, 수출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거기에는 물론 기술·자본의 축적이 절대적 요건이다.
일부 우리의 수출상품이 외국의 자재에 단순가공을 하는 형태로 시종함으로써, 남을 장사시키던 방식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내수와의 균형을 염두에 두는 수출이 요구된다.
국내 수급이 원활치 못할 만큼 수출에만 매달린다는 것이 국내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가를 우리는 역력히 체험하지 않았는가.
전반적인 경제계획 테두리 안에서 수출도 존재하는 것이며 수출지상을 향해 국민경제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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