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금지 국제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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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총회는 17일 인질금지국제협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내년말까지 22개국 이상의 비준을 얻으면 30일만에 발효하게 했다.
여기서 인질범이란 한 개인·단체 또는 국제기구로 하여금 인질들의 석방을 조건으로 어떤 행위를 하게하거나 금지 할 목적으로 사람을 계속 억류하면서 살해 또는 부상을 입히거나 협박을 하는 자라고 규정되어있다.
「협정」은 비준국들이 자국안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인질범을 체포하고 해당국에 인도할 의무를 지도록 규경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보아 이러한 정은 국제 「테러리즘」과 인질억류 사태를 감소·억제하는데 적쟎은 기여를 할것이다. 국제 「테러리즘」과 인질억류 행위의 빈발 원인 가운데 상당부분은 일부국가가 인질범들과의 협상과 흥정에 응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국가는 또 이들 범인들에게 성역과 망명처까지 제공하여 인질소동을 더욱 조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정당한 공권력이 범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는 주된 명분은 흔히 인질구출이라는 긴급피난과 인도주의가 제시되곤 했다. 그러나 그런 유화책이 거듭될수록 납치행위는 더욱 빈발하기만 했다.
범인들과의 협상이나 흥정은 또한 실정법의 권함와 공정성과도 충돌하는 행위라서 이런 초법규적·탈법적 예외가 거듭되면 국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
세계적 차원에서 볼때도 일부 국가에서 이런 예외가 자꾸만 빈발한다면 예컨대 「아이슬란드」서 일어난 인질소동으로 인해 언제·어느때「칠레」정부가 곤욕을 치를지 모를 일이다. 문자 그대로 원시시대적인 「정글」의 폭력이 난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질범의 체포와 인도를 의무화하는 국제협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절감되어오던 터이고, 이제나마 그것이 실현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한가지 보충적으로 유의할 일은 이 협정이 주로 범인체포에만 치중한 것이기 때문에, 「테러리즘」의 사회적·정치적 배경규명이나 근절에는 또 다른 처방이 있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테러리즘」은 흔히 소수의 편집광들이 저지르는 필사적인 광태로 간주된다. 서독의 「바더-마인호프」일당이나 일본적군파의 소행이 바로 그런예였다.
또 개중에는 PLO나 IRA(「아일랜드」공화국군)등 민족주의적인 준군사조직이 독립을 위한 전투행위로서 자처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어느 경우든 간과할수 없는 것은, 그런 폭력집단을 발생시킨 모태사회 내지 국제환경에도 일말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서독과 일본의 경우는 풍요한 소비사회에서의 중산층 자제들의 허무의식이 문제될 수 있으며, 제3세계의 경우는 민족문제·사회정의문제가 진지하게 조명되어야할 것이다.
모태사회의 이런 문제점들을 보다 합리적이고 세심하게 해소해나가는 노력이 병행될 때에야 비로소 말초현상으로서의 폭력사태도 진저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총회의 인질금지협정이 모든 회원국에 의해 조속히 비준되기를 희망하면서 인질억류 행위 이외의 다른 인권유린과 비인도적 가호항위에 대해서더 범인류적인 반성이 촉구돼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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