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씨 희곡『장산곶매』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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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씨가 야심적인 장막 희곡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마당극으로 꾸민 12거리(원고지 2백장 분량)의 이희곡의 제목은『장산곶매』(「극문예중앙」겨울호). 황해도장산곶을 무대로 이지방 전설로 전해지는 「장수매」 에 얽힌 이야기를 극화했다.
황씨는 이 작품을 쓰게된 동기에 대해 『민족에 대한 경연한 얘기가 있기전에 먼저 그러한 정서가 촉발되어야한다』 고 믿어 이름없이 사라져간 민중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장수매」 의 전설은 이처럼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우리 민족정서로 남아 있는 민간설화 가운데서 황씨가 끄집어낸 이야기다.
장산곶마을의 수호신격인 장수매는 봄이되면 장산곶 절벽에 들른다. 어느날 침입자(이양선)가 나타나 이매를 잡아줄 것을 주민들에게 요구한다. 이 고을장교 (관리)들은 이 요구를 듣고 매릍 잡을 것에 동의하나 주민들은 『매를 빼앗기면 이 고을도 망한다』고 믿어 당집에 숨겨 살린다.
이양선이 뗘나자 매를 당집에서 꺼내 날려준다. 수호신의 표시로 매의 발목에 매듭을 묶는다. 어느날 매는 돌아오나 수리매와 필사의 싸움을 벌인다.
이때 다시 구렁이가 나타난다. 매와 구렁이가 싸움을 벌이나 매는 매듭이 나무에 걸린채 날지 못하여 기진맥진한 채 죽어간다.
「장길산」의 도입부로 쓰인 이야기는 외란과 내란에 시달리면서도 끈질기게 산 우리민족의 의지를 상징한다. 작가 황씨는 『장산곶매』를 통해 우리 민족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관객과 함께 공감해보고자 마당극으로 꾸몄다.
기성극단에 맡기기보다는 대학극 같은 순수한 연극단체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으면 하는게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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