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산업정책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0년대의 경제개발이 양적 확대에 주력해왔다면 80년대의 산업정책과제는 질적고도화가 될 것이다. 전환기경제가 해결해야할 질적고도화는 경제의 효율을 높이고 산업부문간 균형을 찾는 길이 될 것이다.
경제각부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애당초 어떤 산업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투자결정과정에서부터 어떻게, 누가 하는 것이 가장 투자효율이 높은가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양되어야할 「전시투자」>
지금까지의 방식은 경부가 총량계획뿐 아니라 개별사업까지도 손을 이끌듯이 자상한 지도와 관여를 해왔다.
경제개발의 시동단계에선 그런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80년대의 경제는 70년대와는 규모도 구조도 달라진다. 정부가 모든 것을 관장하기에는 너무 벅차며 오히려 비효율을 가져오기 쉽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일반적인 경향은 「전시투자」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워 흔히 투자가 망라주의로 치닫는 수가 많다. 한정된 자원에서 여러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는 과정에서 자연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그것이「인플레」의 구조화로 이어지는 경험은 매우 흔하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배분하기 위해서는 한푼의 투자낭비도 없어야 된다. 낭비 없는 투자를 보장하는 길은 무엇보다도 투자의 경제성을 완벽하게 따지는데 있다.
그런 기능은 원래부터 기업가의 책무에 속한다. 때문에 80년대의 과제는 정부가 할 일, 민간이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국민적 합의를 찾는 일이다.
중화학이든 경공업이든, 수출이든 내수든 가릴 것 없이 철저한 상업「베이스」에서 타당성이 검토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

<자원난시대의 준비 필요>
이때 정부가 해야할 일은 개별사업에 대한 자상한 지도가 아니라 총량계획의 대강을 잡고 정책적 지원방향만 제시, 민간의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원리와 시장기능에 의해 자원이 자연스럽게 배분되고 이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창조적 기업가가 나올 수 있도록 경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많아도 기업가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하향식·비상업적 경제운영체계에서는 창조적·자주적 기업가가 나오기 어렵다. 경제논리에 따라 기업을 일으키고 확장하고 운영해나갈 경영적 자산의 축적이 참으로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없던 공장이 생기고 못 보던 물건을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길게 볼 때 그것이 과연 국민경제에 필요한가, 수입해서 쓰는 것보다 얼마나 유리한가하는 측면에서 평가되는 풍토가 돼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지면 개별사업은 물론경제전체로서의 효율도 높아지고 지금까지 소외되거나 과소평가된 부문에도 투자를 배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전체적인 균형도 나아지게 될 것이다.
우리경제의 취약점의 하나인 기술장벽만해도 그렇다. 정부가 재력과 인력을 쏟아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일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민간의 끊임없는 진취성, 경쟁에 앞서기 위한 부단한 자기개발을 고무하고 지원한다면 기술혁신파 산업고도화는 더욱 크게 촉진될 것이다.
자원난시대에 산업구조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우리실정에 맞는 적성산업·적성규모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민간의 깊은 검토가 있어야할 것이다.
앞으로의 산업정책방향은 『기술집약적·노동집약적일 뿐아니라 대원절약·「에너지」절약형이어야 한다』 (경제기획원리형구정책조정국장)는데는 거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제도, 운영의 혁신을 거친 뒤 광범한 국민적 합의를 추출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방위산업·석유화학공업 등 특수부문은 정책사업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부문으로 돌려져야 한다』는 서울대 임종철교수는 모든 것을 다하려는 공업화보다는 우리실정과 경제논리에 맞는 비교우위산업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발에 관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자유롭고 합리적인 기업가정신의 활동영역이 확대되려면 그런 활동을 가능케 하는 각종의 시장·가격기능이 회복되고 조세·금융이 중립적·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