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길 막히고 무력행사도 어려워|이란의 미대사관원 인질로 궁지에 몰린 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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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건진특파원】미국과 「이란」관계의 긴장으로「카터」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또 다시 중대한 시련을 겪고있다.「이란」혁명지도자인 「호메이니」옹의 대미·대「팔레비」감정이 일시에 폭발하여 주「이란」미대사관을 인질로 잡고 석유를 무기화하려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그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것은 「팔레비」「이란」왕의 인도문제다.
「이란」측은 무조건 인도를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은 『환자에 대한 인도적인 고려』를 내세워 이를 거부하고 있다.
더구나 「카터」가 파견한 2명의 특사를 「호메이니」가 만나기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은 「발트하임」「유엔」사무총장과 제3국, 필요하면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도움이라도 얻어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할 만큼 다급해졌다.
일부 「업저버」들은 미국측이 현재 취할 수 있는 대안이 극히 제한되어있다는데서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하기도 한다. 「엔테베·스타일」의 특공작전이나 군사력을 동원하는 방법을 썼다가는 인질들이 상당수 희생될뿐만 아니라 미국-「이란」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국에 가면 처형될 것이 확실한 「팔레비」를 「이란」사람들 손에 념겨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카터」행정부의 간판이던 「인권외교」가「팔레비」때문에 역습을 당한 것은 큰 「아이러니 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만일 미국이 「팔레비」를「이란」에 인도하는 「굴복」을 감수한다면 전세계 1백41개국에 대사관을 두고있는 미국으로서는 제2, 제3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한 모른 현실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방침이다.
그러나 만일 협상이 실패하거나 지연될 경우 「이란」이 미국에 대한 석유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하루 40만「배럴」. 이는 미국안의 하루 소비량의2.4%, 수입석유량의 5%에 불과한 양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국경제에 줄 타격은 무시 못한다.
협상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아무래도 미국이 모종의 양보를 하거나 PLO 등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PLO간의 「유대」가 강화된다면 미국·「이스라엘」관계가 악화되는 부작용이 예상되고 자칫하면 중동평화협정자체가 통째로 흔들릴 소지도 없지 않다는데 선거를 앞둔 「카터」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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