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퇴장 … 외국인 입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국내 지도자냐, 외국인이냐. 홍명보(45) 감독의 사퇴로 대한축구협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9월 A매치가 있고,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후임 감독 선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기술위원회를 대폭 개편하고, 후임 대표팀 감독을 조속히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에도 축구협회가 2015년 6월까지 유임을 결정했지만 일주일 만에 물러났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도 홍 감독과 함께 사퇴했다. [김경빈 기자], [로이터=뉴스1, 중앙포토]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새 기술위가 구성되면 국내외 지도자 리스트업→3~4명 후보 압축→1순위부터 차례대로 접촉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내 지도자 중 황선홍(46) 포항 감독이 유력한 후보다. ‘프로 7년차 사령탑’ 황 감독은 지난해 포항의 2관왕(K리그·FA컵 우승)을 이뤄냈다. 외국인 선수 없이도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현재 포항이 K리그 선두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에도 진출해 팀을 떠나기 쉽지 않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도 부담이다. 축구계에서는 아시안컵 우승이 월드컵 16강 만큼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계약서에 ‘아시안컵 성적과 관계 없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임기 보장’이란 조항을 넣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황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매일 우리 팀을 어떻게 가꿔갈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 상황(대표팀 감독 부임)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을 아꼈다.

황선홍

 2012년 울산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김호곤(63) 감독, 지난해 같은 대회 준우승을 이뤄낸 최용수(41) 서울 감독, 일본 J리그 사간 도스를 전반기 2위에 올려놓은 윤정환(40) 감독도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한 만큼, 검증된 외국인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지도자는 학연과 지연을 배제해 홍명보호에서 불거진 ‘의리 엔트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일본은 멕시코 대표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이끌었던 하비에르 아기레(56·멕시코) 감독과 협상 중이다.

 홍 감독 선임 당시 최종후보 4인으로 거론됐던 세뇰 귀네슈(62·터키)와 마르셀로 비엘사(59·아르헨티나) 감독은 현재 각각 부르사스포르(터키), 마르세유(프랑스)를 맡고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 2007년부터 3년간 K리그 서울을 이끌며 이청용(26·볼턴)과 기성용(25·스완지시티)을 키운 귀네슈 감독은 “한국 팀을 맡고 싶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2011년 조광래(60) 전 대표팀 감독 후임으로 거론됐던 스티브 브루스(53·잉글랜드) 헐시티 감독도 있다. 위건·선덜랜드·헐시티 등 주로 약팀을 맡은 그는 추락한 한국 대표팀에 적합할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 헐시티의 FA컵 준우승과 유로파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과거 조원희(31·오미야), 지동원(23·도르트문트)을 데려왔고, 현재 이청용 영입을 추진 중인 지한파다.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월드컵 에서 한국에 2-4 참패를 안긴 바히드 할릴호지치(62·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 선발 5명 교체 등 매 경기 맞춤형 전술을 펼친 그는 독일과 16강에서도 대등하게 맞섰다. 알제리 대통령의 만류에도 알제리를 떠난 그는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계약설이 돌고 있다.

 현재 무직인 명장도 있다. 토마스 투헬(41·독일) 전 마인츠 감독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 구자철(25)과 박주호(27)를 영입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7위로 유로파리그 진출을 이끈 뒤 팀을 떠났다. 그는 요아힘 뢰브(54) 독일 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롭(47) 도르트문트 감독과 함께 독일 축구의 새 흐름을 주도하는 빅3로 꼽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이끈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도 지난 2월 함부르크 감독에서 물러나 휴식 중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세계적 명장을 모셔오려면 동반 코치 연봉·체재비 등 1년에 약 50억원이 든다 ”며 “한국 축구가 변방은 아닌만큼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제2의 히딩크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린·김지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