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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모두가 패배자인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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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세월호 참사는 ‘4월 16일’에 일어났고, 올해 교육부 예산은 ‘54조원’이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지 못한 내용이다. 이뿐 아니라 김 후보자는 교육정책을 어떻게 펼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 못했다”, 자신이 장관으로 지명된 의의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답해 교육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6월 13일 장관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치르기까진 27일의 시간이 있었다. 지명 전에 인사 검증 절차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김 후보자에게 주어졌던 셈이다. 김 후보자는 이 시간을 스스로를 가다듬는 기회로 삼지 못한 것 같다. 사교육업체 주식 매매, 논문 표절·짜깁기, 연구비 부당 수령…. 지금껏 드러난 의혹을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한 것은 물론, 5·16에 대한 부적절한 역사인식까지 드러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무엇보다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지켜보는 내내 불편했다. 의원들로부터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올 만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김 후보자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줬는지는 의문이다. 청문회 회의록을 복기한 결과 의원 질문과 김 후보자의 답변 분량 비율은 95대 5 수준이었다. “난청이 있느냐”(설훈 청문위원장),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유기홍 의원), “물어봐도 모를 거다”(박홍근 의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막말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민석 의원은 청문회 도중 지인으로부터 ‘공직 후보자로서 (김 후보자는) 무개념이다’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몰아붙이기, 모욕 주기가 이어지자 김 후보자가 “30초만 숨쉴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읍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터넷에선 “김 후보자가 불쌍하다” “발언 기회조차 안 주는 건 지나치다”는 동정론까지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신상털기·폭로성 청문회가 고급스럽진 않아도 부적절한 후보자를 걸러내는 순기능이 있었는데 김 후보자 청문회는 도가 지나쳤다”며 “의원들이 ‘무조건 낙마시킨다’는 목적만 갖고 밀어붙이다 보니 청문회가 인신공격성 물어뜯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유인태 의원은 “청문회에서 지적한 얘기 상당수가 청문회 이전에 해명됐어야 하고 오늘은 후보자의 견해를 듣는 날이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 김 후보자의 역량 부족, 의원들의 막가파식 질의 행태를 모두 꼬집는 말이다. 안민석 의원은 “하루 종일 ‘개그 청문회’를 보고 있다”며 혀를 찼다. 씁쓸한 개그 청문회, 맞다. 다만 주연은 김 후보자, 조연은 국회의원이었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