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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총선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중의원총선거는 의회에 이른바 안정다수세력을 구축하려던 「오오히라」수상의 자민당목표를 좌절시킨 결과로 끝났다.
개표결과를 보면 중의원 5백11개 의석가운데 최소한 2백71석을 목표로 했던 자민당은 현재의 2백49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2백48석을 차지한데 그쳤고 제2당인 사회당도 의석이 준 반면 공산·민사·공명당 등 군소야당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표면상의 의석분포는 크게 보아 현상유지로 나타났지만 과반수확보에 실패한 자민당에는 사실상 패배가 아닐 수 없고 이에 따라 일본정국은 당분간 혼미상태에 빠질 것 같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지도력을 강화하고 집권기반의 안정을 꾀한 「오오히라」수상에게는 이 같은 선거결과가 큰 시련이 아닐 수 없으며, 2기「오오히라」정권의 성립마저 불투명한 상태로 되고 말았다. 다만 자민당 내에서 자파와 「다나까」파의 세력이 증강됐다는 점에서 「오오히라」수상은 또 한번 「다나까」전 수상과의 제휴로 자신의 중임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반대세력으로부터 제기될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추궁과 그에 따른 파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임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가 자민당의 실패로 끝났다고 하지만, 그것이 일본정치판도의 변화나 80년대 일본정치의 진로에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선거결과는 일본의 전통적인 보수우위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며, 그런 점에서 일본정치의 기본구조나 대미·대한정책 또는 대 공산권정책 등에 큰 변화를 예상하기도 어렵다.
또 좌우파의 의석수를 비교하면 80연대에 들어가서도 이른바 보혁역전의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함을 이번 선거결과는 또 한번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공산·민사당 등 군소야당의 의석증가로 보아 80년대의 일본정국은 보수우위속의 다당분립경향이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19석에서 39석으로 늘어난 공산당의 진출이나 1백17석에서 1백7석으로 줄어든 사회당의 퇴조 등 좌파내의 변화에 대해 지나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를 좌파지지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보거나 공산당인기의 상승세로 풀이하기는 어려울 듯 하며, 오히려 사회당의 경직성·비현실적인 정책·내분 등에 더 큰 원인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자민당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는 부가세제의 도입을 통한 증세론, 잇달아 터져 나온 오직사건 등이 꼽히고 있지만, 고질적인 금권정치·원로정치·막후정치의 풍토가 국민들을 식상시킨 원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점에서 자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체질개선의 한 계기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일본정치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는 우리나라로서도 선거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총선이 보여준 일본의 다당분립적 경향에 따라 거의 자민당 일변도였던 대일 외교를 다른 군소당에까지도 다변화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선거로 늦춰지고 있는 정례 한일각료회담이 집권자민당의 선거패배로 인한 일본정국의 유동으로 인해 더욱 늦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며, 대륙붕석유개발이나 무역역조의 시정문제 등이 일본정국의 영향으로 늦춰지거나 소홀히 다루어질 우려에 대한 대응책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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