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영(성모병원, 내과)|감기엔 약보다 정양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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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감기가 하도 보편적인 병이고 거의가 1년에 몇 번씩 걸리는 까닭에 감기에 의한 경제손실을 따져본 학자가 있다.
「노벨」화학상을 탄 「폴링」박사는 미국사람들이 1년에 7일정도 심하게 감기를 앓아 직장을 쉬거나 일을 못하는 것으로 계산, 감기에 의한 손실이 1년에 1백50억「달러」(7조5천억원)라는 계산을 해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계산해본 사람이 없지만 감기정도로 직장을 며칠씩 쉬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봐 훨씬 적은 숫자가 나올 것이다.
감기도 다른 질병과 같이 「특효」라고 선전하는 약이 많다. TV를 보고있으면 많은 감기약이 선전되고 있는데 그 많은 특효약이 있다는데도 감기는 줄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감기를 앓을 때 감기약을 먹는 것은 그 역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약은 감기에서 오는 괴로움을 감소시켜주는 정도이고 진짜 병을 이겨내는 힘은 자신의 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감기약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기침이 날 때는 기침약을 먹는 식으로 나타나는 증세에 따라 약을 선택해 사용하면 좋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감기가 낫지 않는다고 이 약 저 약 사먹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함부로 약을 먹는 경우 자신의 증세에는 불필요한 성분을 먹게되며 때에 따라선 심한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니 감기가 아주 약할 때는 꼭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고 괴로움이 심할 때는 병원·약국 등에서 자신의 증세에 꼭 필요한 성분만을 조제해먹는 쪽이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또 감기에는 비방이 많다. 유자차가 좋다든가, 꿀물이 좋다든가, 들깨가 좋다는 등의 비방들도 감기약이나 마찬가지로 증세를 완화해주는 방법이지,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약제는 아니다. 음식물로 된 비방은 먹어서 별탈이 없는 것이지만 가끔 이상한 약재를 먹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감기자체는 약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안경을 취하고 몸을 덥게 하면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편이 몸에 좋다.
몸이 불편한데도 무리해서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첫째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둘째로는 다른 사람이게 병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쉬는 것이 좋다. 이런 사고방식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모두 통용되어야 만 사회적으로 선진대열에 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고려병원 신경정신과장 이시형 박사의 「피로」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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