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에너지」의 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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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동양방송은 오늘로써 각각 그 창간 14주와, 개국 15주를 맞는다.
중앙「매스컴」의 오늘을 있게 해준 국내외의 독자·시청자들, 그리고 사회각계의 지원자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면서 우리는 세상 중앙「매스컴」의 존재이유를 재정립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그 연생에 즈음, 시대를 앞서가는 향도자요, 봉사자로서 불의와 퇴직을 배격하고, 자유언론의 대경대도를 구축하기를 다짐한바 있다. 그러기에 중앙 「매스컴」의 여러 매체가 전달코자 한 「메시지」의 공통적 기조는 항상 세계적인 시야에서 세계를 호흡하면서 겨레에게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고취하려는 것이었다.
중앙「매스컴」이 스스로 짊어지고 나선 이 같은 일종의 도덕적 사명감은 물론 그 탄생의 연대의 황폐한 정신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가 동인이 되었던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불을 가리지 않은 성장추구가 빚어낸 급격한 사회구조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당대 민심은 함께 의지하고 함께 지향할 바 정신적 준거를 어디서 찾아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위기적 상황에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위권상황에 대한 허가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 그동안 중앙「매스컴」에 의한 여러 경세적 기냥이었다. 그것은 이를테면 달 표면 「풍요의 바다」를 주제로 한 어느 작가의 상휘적 우화의 의미탐구이기도 하다.
달 표면을 덮은「풍요의 바다」라는 삭막한 평원이 시사하는 해학적 의미란 무엇인가.
알다시피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없고, 따라서 우화적으로도 진지의 연원구실을 할 수는 없는 천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야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이 달의 교교한 불빛이 마치 사물의 실상을 밝혀주는 가라앉은 이성의 빚처럼 오인되어 이른바「루너틱스」(월광론자)적인 미망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접근하면 할수록 그 달의 표면은 이를 데 없이 삭막한 불모의 땅일 뿐이라 하지 않는가. 『「풍요」의 바다』 (marefoecumdatatis)란 바로 이 같은 허상적 언어유희의 상징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빛과 어둠, 풍요와 불모, 외양과 내실의 상극 -. 「풍요의 바다」라는 명사가 담고 있는 이런 이화음적인 대위는 단순한 미학적 함축을 넘어선 철학적 통찰을 촉구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행복과 복사와 풍요를 갈구한다 하면서 현실은 자꾸만 그것들과는 거리가 먼 허상만을 눈앞에 현전시키고 있지 아니한가. 사람마다 평화와 정의를 의치고, 정직·계보·근면·절제 등의 미덕을 찬송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것을 도리어 위선의 소리로만 빈정대는 풍조를 낳고 있지 아니한가. 사람마다 화해와 협동과 단결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현실은 자꾸만 그 반대의 대립과 독선과 분열을 풍조화하는 세태가 되고 있지 아니한가.
하루속히 이와 같은 풍조를 낳게 한 양원을 찾아내어, 이에 대응할 확고한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사태는 긴박한 위기적 상황에 있는 것이다. 「풍요의 바다」라는 여구에 현혹되어 간지러운 언어유희로써 사태를 호도하려 하거나, 이부진의 궤변으로써 시대적 도전을 회피하려는 자세는 허용될 수 없다.
실로 오늘 우리가 일상적으로 목도하고 있는 사회기풍의 문란, 도덕률의 무력화, 사회정신의 이완 등은 급격한 구조변화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이 시대 이 사회의 필연적 진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국민생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균형화·분극화·분산화 과정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변혁기의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사회지향을 새로 정립해야하는 것이다.
변혁이란 본래 불균형과 모든 것의 해체과정을 통해 새로운 균형과 통합을 촉구하는 영속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 이러한 균형화·통합화 과정을 바람직한 가치 지향적으로 이끌어갈 원동력으로서의 인간가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것은 비단 개인의 인격을 돋보이게 하는 힘일 뿐만 아니라 개인간·집단간·계도간에 흔들리게 된 사회적 관계를 재조정하여 생산적 기풍을 가져오게 하는 힘의 근원이기도 한 것이다.
중앙「매스컴」이 그 발족이래 꾸준하게 강조해온 도의 문화의 창조와 인간가치의 회복논의 근거는 이런 맥락에서만 정초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비록 외견상으로는 작고 하찮게 보일지라도 인생의 본질적 선을 반영하는 일들과 그것을 실잔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북돋워 주고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향을 높이는 일들에 함께 참여할 것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끝으로 우리는 시대를 앞서가는 향도자요, 봉사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한시도 자가비판의 매서운 채찍질과 자체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는 바이다. 오늘을 기하여 실시하게 된 위성중계를 통한 미영 유수방송망과의 「뉴스」보도제휴계획을 비롯, 신문제작과정의 완전 CTS화 계획, 국제적으로 연결된 「온·라인」식 정보자료 처리계획의 진행이 다가오는 80년대 한국사회의 지적·도덕적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다짐해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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