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틴틴] '에디에가 잘 해주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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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에가 잘 해주렴/버지니아 플레밍 지음, 플로이드 쿠퍼 그림, 강연숙 옮김, 느림도, 8천5백원

독자들은 장애아가 나오는 동화.그림책들에는 '공식'이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장애아와 친하지 않던 한 아이가 우연한 기회에 장애아를 돕다가 친구가 된다거나, 장애아를 무시했던 잘못을 반성한다는 줄거리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린이책 전문가들은 이런 점이 불만이라고 한다. 장애아를 언제나 돕는 대상,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어른의 시각이 어린이책에도 묻어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다운증후군의 에디가 등장하는 미국의 그림책 '에디에게 잘 해주렴'은 그 공식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일단 에디와 정상아 크리스티.짐버드 사이에는 뚜렷한 갈등이나 화해가 없다.

짐버드가 에디를 향해 "집에 가라고 그랬지? 집! 집 몰라?"라고 외치는 것이 전부다. 에디가 귀찮은 크리스티도 "엄마가 에디한테 잘 해주라고 그랬단 말이야"라고 조용히 둘 사이를 말릴 뿐이다.

크리스티와 짐버드 두 아이에게 에디는 개구리알을 찾으러 가는 자신들의 놀이의 작은 훼방꾼이지, 마주치고도 싶지 않은 장애아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 두 아이가 개과천선해서 불쌍한 에디를 도와야겠다는 '뻔한' 결론을 이 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짧은 그림책에는 세세함이 살아 있다. 연못의 수련 풍경과 함께 소소하게 그려지고 있는 크리스티의 심경 변화가 그것이다.

사실 일상에서는 커다란 사건보다도 꽃 한송이, 봄바람 한점이 우리네 마음을 바꾸어 놓는 경우가 더러 있지 않은가.

크리스티는 에디의 손을 잡고 따라간 숲 속 작은 연못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홍색과 흰색 수련을 맞닥뜨리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젤리 덩어리 같은 개구리알을 만져 보기도 한다.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은 크리스티로 하여금 '하느님의 실수'라고 생각했던 에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쳐 준다. 게다가 개구리알을 집으로 가져 가려는 크리스티를 말리며 "엄마 개구리가 슬퍼할거야"라고 더듬더듬 말하는 에디의 따뜻함이라니.

또 이그러진 물결 속에 비친 이상한 자기 얼굴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는 크리스티에게 "소중한 건 여기"라며 가슴께를 가리키는 에디. 책 말미에 이 꼬마는 어느새 배려 받아야할 상대가 아니라 우리에게 되레 자연과 사랑을 가르쳐 주는 능동적인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섯살 꼬마 이야기 '죽으면, 아픈 것이 나을까요?'와 더불어, 세상 편견을 없애는 게 꿈이라는 기획 시리즈 '마음을 여는 책' 가운데 하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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