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때 "중국에 컴퓨터 있나" 굴욕 경험 … 월가·실리콘밸리 거쳐 중국 최고 부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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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은 중국에선 ‘유상(儒商)’으로 불린다. ‘선비 같은’ 온화한 인상에 나긋나긋한 말투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집념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산시(山西)성 양취안(陽泉)의 무기공장에서 일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컴퓨터가 좋아 베이징대 정보관리학과에 입학해 1991년 뉴욕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입학 면접에서 “중국에도 컴퓨터가 있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이 굴욕을 면학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석사 학위를 마치고 94년 다우존스에 입사해 금융정보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고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넷판 편집을 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인 인포시크로 이직해 이곳에서 검색 사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99년 중국으로 돌아와 이듬해 베이징대 인근의 낡은 호텔방 2곳을 빌려 바이두를 세웠다. 사업 시작 3년 만에 중국 시장을 제패했고, 2005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중국의 구글’이란 이름을 얻었다. 2008년엔 일본에 진출했다. 개인 자산이 122억 달러(약 12조3100억원)로 중국 최고 부호로 꼽힌다.

 리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시운(時運)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창업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한번 확신이 서면 흔들리지 말라. 형세를 파악하고 기회를 보라. 기회를 찾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라.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라.”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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