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교보다 거친 땀냄새" … 마흔한 살 정우성 '액션의 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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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 수’에서 눈빛만으로 상대의 수를 읽어내는 프로바둑기사 태석을 연기한 정우성. 그러나 정작 그는 바둑을 둘 줄 모른다. 그는 “프로기사에게 배우려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했다. 대신 틈만 나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바둑돌을 끼고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인생의 ‘신의 한 수’다.”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 ‘신의 한 수’(3일 개봉·조범구 감독)의 주연배우 정우성(41)은 촬영장의 행복감을 바둑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신의 한 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6월 25일 개봉, 마이클 베이 감독)의 폭발적 흥행 속에서도, 6일 현재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영화에서 정우성은 프로바둑 기사 태석을 연기했다. 자신의 형(김명수)을 살해한 살수(이범수) 무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 손에는 바둑돌을, 한 손에는 주먹을 쥔다.

 정우성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액션 때문이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이야기와 구조를 가진 액션영화에 출연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신의 한 수’는 달랐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액션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액션영화의 매력이다.”

태석(정우성·왼쪽)이 살수 무리의 구성원인 선수(최진혁)와 냉동고 안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장면.

 그는 감독들 사이에 스케일과 스피드를 함께 지닌 액션 배우로 꼽힌다. ‘비트’(1997·김성수 감독), ‘무사’(2001·김성수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김지운 감독), ‘감시자들’(2013·조의석·김병서 감독) 등 데뷔 초부터 다양한 액션영화에서 활약해 왔다. 1m87㎝의 장신에서 나오는 동작이 시원시원한데다, 움직임도 빠르다.

 그런 장점이 ‘신의 한 수’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영화의 액션은 그와 최봉록 무술감독이 함께 설계했다. 그는 “액션할 때는 가혹하게 몰아가야 한다. 액션 장면의 커트를 짧게 나누는 눈속임으로는 촬영장의 땀 냄새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냉동창고 액션장면을 찍던 중 카메라에 부딪혀 팔꿈치를 크게 다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팔꿈치 뼈가 조각나서 돌아다니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착수’(바둑판 위에 돌을 놓는 것) 장면은 그가 가장 신경 쓰고,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그는 “프로 바둑기사처럼 보이도록 착수 연습을 열심히 했다”면서 “하지만 이 작품이 바둑 영화가 아닌 액션 영화라는 점을 관객들이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는 정우성에게 각별한 해다.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프로 연기자로 인정받기까지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던 비결이 궁금했다. 대답은 모범적이었다.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은 내게서 우수 어린 청춘의 이미지만 봤다. 다른 모습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색다른 역할에 도전하는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봐 주는 느낌이다. 그만큼 대중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스케줄은 빠듯하다. 영화 ‘마담 뺑덕’(임필성 감독)에 이어 ‘나를 잊지 말아요’(이윤정 감독)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에선 제작자로도 나섰다. 또 다른 액션영화의 출연도 고려 중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20대 초반, 맨몸과 열정만으로 배우가 됐다. 이후 영화 촬영장에서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지금도 영화를 통해 삶의 조언을 얻고,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배우 정우성의 ‘청춘’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영화와 함께 무르익어가고 있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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