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고통은 함께 나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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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성장·물가·국제수지에 파상적으로 밀어닥치는 석유파동의 주름살은 불황의 심화와 도산·조단·실업증가에 더하여 격심한 자금난까지 가중시키고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정부는 긴축기조의 강화로 파동에 대처하겠다고 천명한바 있다.
말하자면 가장 어렵고 가장 감내하기 어려워도 긴축하지 않을 수없는 역설적 상황이 바로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시기의 긴축은 당연히 그 부담과 고통의 분담을 중시해야 될 뿐더러 물리적 또는 지수상의 강압이 아닌 경제 각부문의 조화를 잃지않은 긴축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긴축은 어딘지 균형감을 잃어가는 우려를 낳게 한다. 얼마전의 수출금융완화 결정에서 그런우려가 제기된바 있었지만, 최근 다시 중화학에 대한 7백여억원의 특별지원이나 해외건설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논의되고 있음을 볼때 그런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설비·운전자금의 특별지원은 물론 그 나름의 우선순위와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상공부가 수출금융확대를 주장했던 똑같은 논리로 중화학을 지원해야 된다고 역설할 수도 있다.
문자 그대로 중화학은 이나라 산업의 골격이며 이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이 얼마나 어러운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건설부는 해외건설업체가 겪고 있는 자금애로를 타개해 주기 위해 정부안에서 정책「로비」를 벌여야 하겠고, 농수산부는 또 그들대로 농업투자와 금융확대를 위해 줄다리기 벌이는 것이 하등 이상할것이 없게 된다.
그러나 고차원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면 제각기 「제논에 물대기」식의 이런 정책 「로비이스트」로 시종하게 될 경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이낙.
고통을 무릅쓰고 강행하려는 안정화시책은 어떻게 되며 이같은 정책「로비이스트」를 갖지 못한 수많은 내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될것인가.
중화학의 설비·운영자금 부족은 물론 심각하다. 불황때 일수록 설비를 늘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석유파동을 해외건설로 극복해야한다는 주장도 옳은 얘기다. 그 해외건설업체들이 지보한도에 묶여있거나 현지금융이 부족해서 원활한 수주가 어렵다면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전체적인 정책기조의 틀을 벗어나지 않거나 그 틀을 허물지 않아야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모든 지원을 추가하고서도 안정화시책의 골격이 흔들리지 않을만큼 토대에 여유가 생겼다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7월까지의 긴축으로 생긴 자금의 여유는 곧 모든 경제계의 고통의 결정이라 할수 있다.
그런 결정을 수출이나 중화학등 소위 정책부분에만 집중 지원한다면 긴축의 설득력이나 국민적 합의의 가능성은 훨씬 즐어들 것이다. 지금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실업과 도산, 체불을 방지하는 쪽으로도 눈을 돌리어야 하지않겠는가.
물론 긴축이라해서 지금처럼 조세를 통해 지나친 통화환수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긴축정책의 신축성을 가지는 것과 특정부문에의 집중지원은 전혀 별개의 것이며, 사회적 균형감에도 배치된다.
따라서 긴축은 일관하되 그로 인한 여유는 내외수에 균형있게 선별지원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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