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정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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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고 작은 물눌이 기구에는
저마다 바람이 들어 있어요.
철모르는 어린 것들을
물속에서도 둥둥 뜨게 하는
꿈이 가득 들어 있어요.
크고 작은 구름송이에도
저마다 바람이 들어 있어요.
푸른 하늘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오가는
꿈이 가득 들어 있어요.
햇님도 뜨거운 옷벗는 소리
물장구 치는 소리
물소리.
물은 어린이의 고향
따라서
어른들에게도 고향이지요.
엄마랑 아빠도
옷을 벗고 적수공권
꿈의 고향을 즐기고 있어요.
산봉우리 꽃봉오리
모두 모두 우리들의 뭍놀이를
흉내내고 있어요.

<시의 주변>
아이들에게 떼밀리어 수유리쪽「풀」강을 다녀왔다.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환성이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다. 몸과 마음이 풍선처럼 둥둥 뜬다. 엄마도 아빠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든다. 물은 어린이의 고향, 따라서 어른들에게도 고향이다. 물놀이는 고향을 즐기는 기분이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중천의 뜨거운 태양을 본다. 태양도 뜨거운 옷을 벗고 곧 물속으로 뛰어들듯 하다.

<약력>
▲36년 경기화성출생 ▲72년대한일보신춘문예 시당선 ▲76년 시집『나의 친구 우철동씨』간행 ▲현재 명지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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