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보이콧」|「민중극장」"공연의도서 못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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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병원작 『무언가』를 가지고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참가신청을 냈던 극단 「민중극장」이 주최측인 문예진흥원의 「공연의도」제출요구를 이유로 참가신청을 철회했다.
진흥원은 지난21일 첫심사모임을 갖고 참가작품에 대한 제반설명이 미비한 「민중극장」「가교」「광장」「민예」등 6, 7개 극단에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연출방향등을 원고지3장정도로 요약해 제출하라고 통고했었다. 이것은 심사자료를 좀 더 충실히 확보하여 신중한 심사를 하기위한 것이라는게 진흥원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민중극장」대표 정진수씨는 『심사를 잘해보겠다는 근본의도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심사」라는데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성극단으로서 「심사」받는다는 것이 싫어서 「실험극장」「산울림」「동랑레퍼터리극단」등은 첫회부터 참가를 기피하고 있는판에 그래도 열심히 참여하려는 극단들의 자존심을 조금은 생각해 주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신청철회의 이유는 단순한 공연의도서 제출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연극제의 경연식 운영방법, 좀더 근본적으로는 예술행위를 지원한다는 진흥원의 관우월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서 제출통고를 받지않아 이번 일의 잘잘못이 어느쪽에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신중론을 펴는 극단 「에저또」대표 방태수씨도 『예술을 하는 예술인당사자가 존중받고 우위에 두어지는 예술지원 정책이 펄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연극제운영방식의 모순점을 재검토, 우수극단초청 「페스티벌」 형식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라는 것이 연극계의 중론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성극단들이 계속 입시생취급을 받아가며 심사를 받고, 그 심사에 불만을 품은 중진극단들이 점점 참여를 꺼린다면 과연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연극제가 이루어지겠느냐는 것이다.
「민중극장」의 철회로 참가신청극단은 17개극단으로 줄어들었는데 30일의 최종심사를 거쳐 10개극단으로 압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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