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시대의 광고 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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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곳간이 차야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다. 광고도 인심을 탄다. 전날같이 물건의 매매나 거래가 잘 이뤄지던 형편에서는 기업이 광고하는 돈을 아깝다 않고 푹푹 쓰더니 이제 불경기가 닥치자 그만 광고인 심이 아주 고약해졌다. 요사이 「에너지」파동과 금융긴축 때문에 돈이 달리자 쪼들리는 가계가 문화비를 우선 삭감하듯이 기업은 맨 먼저 광고비부터 깎았다.
그러니까 기업하는 처지에서 보아 광고비란 많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여백예산」인 셈이다. 어려울 때에 광고인심이 나빠지는 건 기업만이 아니다. 나라 정책하는 사람들이나 생활하는 민중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을 적에는 광고는 「우리 경제의 맥박」이었고 경기가 쪼그라든 요즈음에 와서는 광고가 「사치와 낭비의 주범」으로 되는 것이다.
아뭏든 광고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광고인이라면 모두 민족앞의 죄인이요, 사회악을 조장하는 장본인 인듯이 몰아세우는 인상까지 주고있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 광고는 덮어놓고 신랄하게 비판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추기고 계몽해야할 단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기야 사람들은 언제나 희생물을 만들어 스스로의 잘못이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려고 한다.
기업만 해도 광고라는 조강지처의 노력이 전날에 누린 안정과 성장의 밑바탕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현실의 곤경이 마치 광고탓이기나 한 것처럼 광고를 푸대접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 수록 보다 능동적인 광고활동이 요청된다. 광고비는 긴축경영을 위해 먼저 깎아내려야 마땅한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긴축시대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기본경비교인 것이다. 아무리 쪼들리는 살림에도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아무리 소비절약의 시대라고 해도 거기에 걸맞는 수요가 있게 마련이다. 광고활동을 통한 판매의 증대야말로 긴축시대를 이기고 기업이 안정을 얻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경쟁광고가 없을 때 이므로 광고효과가 더욱 클것임에 틀림없다. 어려운 때에 광고조차 끊으면 기업은 문을 닫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마크·트위인」은 『거미는 광고를 하지않는 상인을 찾아서 그 가게 문앞에다 거미줄을 칩니다. 그래야만 그 거미는 불안하지 않은 삶의 평화를 누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기업에 주는 좋은 경고가 될 것이다.
그런데 소비절약시대의 광고는 다른 때의 광고보다 지혜로와야 한다. 흔히 광고가 광고주인 기업의 일방적인 목소리가 되어 소비자들의 광고불신을 부채질한다. 어려운 샅림에 걱정이 태산같은 소비자들로서는 여간 훌륭한 광고가 아니고는 믿으려고 들지 않는다. 이럴적에 얘기는 간단하다. 『민중의 감정을 가지고 하면 아무것도 실패하는 일이 없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어려운 때의 민중은 유감도 잘 사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는 조그마한 친절에도 쉽게 감동하는 것이다. 물건을 판다는 것은 손님의 마음을 붙잡는다는 것이다. 광고가 어려운 손님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광고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자면 광고를 만드는사 람, 광고비를 대는 사람, 그리고 광고를 보는 사람의 세 집단을 두루 만족시켜야한다. 만약 모두 만족시킬수 없다면 모든일이 헛수고가 되고 말것이다. 이 말은 곧 광고가 소비자 중심적이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만 만족해선 안된다. 광고의 목적은 물건을 팔아 광고주가 이익을 남기게하는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광고를 과학이니 예술이니 하지만 광고는 예술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광고는 장사다. 홀륭한 광고란 금전등록기를 두드리는 광고인 것이다. 흔히 물건을 잘 파는 광고더러 낭비 조장 광고라고 비판하고 그것이 곧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사회와 인간을 조종한다고 말들 하지만 광고는 사회를 조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광고를 조종한다. 또 흔히 광고윤리를 들먹거리지만 광고가 판매인의 의도에 따라 물건을 잘 팔아먹는다고해서 그것이 곧 비윤리적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불굴의 광고인인「칼·앨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고주는 사회의 풍조를 따라가고. 광고회사나 광고인은 광고주를 따라갑니다. 간단하지요. 그러니까 광고는 광고주의 느낌을 반영할 따름이고 광고주의 느낌은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의 느낌을 반영할 뿐입니다.』 그렇다. 물건을 잘 팔고 그것이 소비자의 감정을 가지고 하면 그 광고는 훌룽한 광고고 윤리적인 광고다.
광고라는 산업은 자유주의국가에서는 생활의 필요불가결한 부문이다.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 할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자유로운 방법이다. 광고는 기업에도. 소비자한테도 이익을 준다. 광고는 좋은 것이다.
광고를 잘못 이용하는 것이 나쁜 것일 뿐이다. 아무튼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 할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자유로운 방법이다. 그러므로 긴축시대일수록 이를 이겨내기 위한 광고활동이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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