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홍수 때 우리 회사 영업·매출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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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주 드림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워크숍’에서 기업관계자들이 전문가 강의를 듣고 있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던 2011년 7월 27일 서울에는 하루 301.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2010년 1월 4일 새벽에는 서울에 25.8㎝의 폭설이 내렸다. 지구온난화로 폭우·폭설 등이 빈발해지면서 인명·재산 피해도 늘고 있다. 2003~2012년 10년 동안 태풍·호우·폭설 등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 재해 피해액은 연평균 1조1556억원에 이르렀다. 주로 농업·주택 피해가 많았지만 공장시설이 침수돼 원료·제품이 못 쓰게 되고, 폭설·폭우로 물류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시대를 맞아 기업이 재해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개발됐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일 기업들이 기상이변에 얼마나 취약한지 스스로 진단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도구(CCRAT)’라는 엑셀 기반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KEI에서 개발한 CCRAT는 폭염·홍수·호우·폭설·한파 등 5가지 재해별로 각 기업이 얼마나 대비가 돼 있는지를 체크리스트(20개 항목)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에 기업의 매출액과 자산, 사업장 위치(시·군·구) 등을 입력하면 자연재해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영업·매출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와 기업의 성장 전망 시나리오에 맞춰 자연 재해가 기업의 매출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산출해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 25~27일 경북 경주시 드림센터에서 ‘기후변화 적응 리스크 관리 실무교육과정 워크숍’도 개최했다. KEI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한국도로공사·경동건설㈜ 등 14개 기업 30여 명의 관계자와 20여 명의 기후변화 적응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CCRAT를 활용해 기상이변이 기업에 어떤 피해를 주는가를 분석·평가했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류재영 환경관리팀 차장은 “기상이변이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며 “평가에 사용하는 체크리스트를 재해 종류별로 세분화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KEI 김동현 박사는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2~3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9월까지 집중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환경부에서는 도로·공항 등 국가 기간산업을 맡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2~3년 내에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하고, 기업들이 기후변화 위험도를 평가하고 적응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것을 포함한 국가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에는 200여 개 기업이 영국 정부에 기후변화적응 보고서를 제출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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