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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코스타리카·콜롬비아 8강 돌풍, 리더는 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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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현재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이슈는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의 거취다. 브라질 월드컵을 1무2패로 마친 날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했던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귀국 인터뷰에서도 “장거리 여행으로 피곤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책임론도 거세다. 선수 선발과 전술 등에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만큼 책임도 분명하게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홍 감독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팀을 맡은 지 1년밖에 안 됐으니, 당초 계약대로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옹호론이다.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사령탑의 국적, 계약 기간, 거취를 살펴봤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이번 주 내 홍 감독을 면담하고 거취를 논의하기로 했다.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오른 국가 중 이름값이 조금 떨어지는 팀들은 외국인 감독 덕을 본 경우가 많았다. 코스타리카 지휘봉을 잡고 죽음의 D조를 1위로 통과한 뒤 8강까지 이끈 호르헤 루이스 핀토(콜롬비아) 감독이 대표적이다. 핀토 감독이 지난달 20일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헤시피 AP=뉴시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축구 중진국은 해외파가 대세=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자국 감독은 18명, 외국인 감독은 14명이다. 수적으로는 자국 감독을 쓴 팀이 많지만, 16강에 오른 팀을 분석하면 외국인 감독과 자국 감독이 나란히 8명씩이다. 외국인 감독의 16강 성공률이 더 높았던 셈이다.

 16강에 오른 국가 중에서 이름값이 조금 떨어지는 팀을 보면 십중팔구 외국인 감독을 활용했다. D조 최약체로 꼽히던 코스타리카는 콜롬비아 출신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을 앞세워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스위스와 미국은 나란히 독일 출신 오트마르 히츠펠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용하며 ‘전차 군단’의 비법을 흡수, 16강에 올랐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출신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한국과 같은 조였던 알제리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앞세워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깊숙이 분석하면 흥미로운 내용이 더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이내의 강팀 중에서 예선 탈락한 팀은 6개국이다. 탈락한 6개국 중 5개국은 모두 자국의 지도자가 사령탑을 맡았다. 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포르투갈 등 내로라하는 강팀은 모두 자국 감독에 안주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반면 FIFA 랭킹 20위권 이내의 강팀이면서도 외국인 감독을 중용한 6개국 중에서는 러시아를 제외한 5개국이 모두 16강에 올랐다. 이종교배를 통해 약점을 채우고, 다른 축구 전통을 흡수해 발전한 팀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장수 감독이 성공한다=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국가의 감독 평균 계약기간은 3년6개월이다. 대표적인 장수 사령탑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은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한 뢰브 감독은 그해 7월 감독으로 승격해 7년 넘게 전차군단을 이끌고 있다. 독일축구협회와 계약기간이 2016년까지라 중도 해지가 없다면 10년을 채울 전망이다. 독일 축구가 FIFA랭킹 2위까지 오른 건 이런 뚝심 덕분이다.

 2006년부터 8년째 우루과이를 이끌고 있는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8년부터 5년 넘게 스위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히츠펠트 감독 역시 조별리그 통과를 이뤄냈다. 반면 5년 넘게 스페인을 이끈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3년10개월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이끈 사펫 수시치 감독 등 실패를 맛본 장수 사령탑도 있다.

 한국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12년간 무려 10명의 감독이 등장한다. 평균 재임기간은 1년2개월에 불과하다. 브라질 월드컵을 치르기까지 조광래→최강희→홍명보로 3차례나 선장이 바뀌었다. 2013년 6월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1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가 실패를 맛봤다. 

 월드컵 주기를 맞추는 것도 추세다. 32개국 중 22개국 사령탑의 임기는 브라질 월드컵과 함께 끝난다. 대회를 마치면 각국 협회는 4년 앞을 바라보고 새 감독을 뽑는다. 그 뒤엔 믿고 맡긴다. 4년 주기로 끝나기 때문에 실패한 감독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벌써 6명의 사령탑이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으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깨끗이 물러났다. 1무2패로 탈락한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 역시 “전략과 전술을 내가 결정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났다. F조 최하위에 그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도 재계약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옷을 벗었다. F조 3위 코트디부아르의 사브리 라무시 감독, E조 꼴찌 온두라스의 루이스 수아레스 감독 역시 사퇴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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