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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 앓는 한강에 "기름 세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당인동1 한전 당인리발전소(소장 송종국·47)지하송유관 연결부분의 「바킹」이 낡아 발전용「벙커」C유가 흘러나가 제2한강교 일대의 강물을 크게 오염시켰다.
발전소측은 11일 상오9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모두 l7「드럼」이 유출돼 그중 5「드럼」을 수거하고 12「드럼」이 한강으로 흘러들었다고 13일 밝혔다. 피해조사에 나선 경찰은 피해면적으로 보아 훨씬 더 많은 양이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있다.
13일 낮 현재 오염된 지역은 발전소 상류 밤섬 부근 한강에서 성산대교 건설현장까지의 직선거리 4㎞쯤으로 강물은 검붉은 색으로 변했으며 강가의 풀·바위 등은 기름으로 목욕한 듯 시꺼멓게 오염됐다.
상류의 밤섬 일대가 오염된 것은 강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기름덩이가 위쪽으로 밀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하류 양화교 부근에 영등포수원지 취수장이, 선유도에도 취수장이 있어 서울시 상수도 관계직원과 한전측은 수원지의 오염방지에 전력하고있다.
서울시관계자는 『유출된 기름이 강 중심의 빠른 물살 때문에 북쪽강가를 따라 흘러 강 건너편에 있는 선유·영등포수원지에서의 취수는 지장이 없으나 기름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는 하루 한번씩 하던 수질검사를 3시간마다 한번씩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만약 기름이 물과 함께 취수될 경우에는 활성탄을 많이 투입해 정수할 예정이며 그래도 냄새가 날 경우는 취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인리발전소의 발전량은 41만㎾로 하루 1만2천「드럼」의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다.

<원인>
기름이 유출된 지점은 지하l·5m의 송유관(1개 길이8m 연결부분으로 석면·「카본」등으로 만들어진 「바킹」이 낡아서 찢어진 때문.
이 송유관은 초년 5호 발전기 가설 때부터 지하에 매설된 것으로 발전소측은 주1회씩 점검해 왔으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발전소측은 「바킹」이 낡아 생긴 틈 사이로 기름이 조금씩 새어나와 균열이 커지면서 많은 양의 기름이 흘러나간 것으로 보고있다.

<제거작업>
한전측은 직원3백여명과 배4척을 동원,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강물에 뜬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는데는 3일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강가에 있는 오염된 잡초를 베거나 물을 베어 물위에 띄워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또 폐유 처리업체인 한일기업·대성실업측에 의뢰, 기름분해 중화제인 유산제를 강물에 뿌려 기름을 녹이고 있다.

<문제점>
그 동안 한강은 공장폐수 등으로 오염시비가 잦았으나 한꺼번에 기름이 대량 흘러든 것은 이번이 처음.
당인리처럼 대량의 기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는 기름 묻은 기계를 세척한 허드렛물이나 폐유 등이 많기 때문에 자체 종합배수설비를 갖춰 정화시킨 뒤 하수구를 통해 흘려보내는 것이 외국의 예.
그러나 당인리발전소의 경우 자체 정화시설이 없이 하수구가 한강으로 직접 연결돼있기 때문에 기름 유출량에 비해 피해가 엄청나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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