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3년간 꾸준히 상승 … 은행주 터무니없이 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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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코자산운용의 아노트 반 린 CIO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는 지금이 한국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홍콩=이한길 기자]

올해 상반기 아시아 증시 성적표는 나라마다 ‘극과 극’으로 갈렸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계속될 거란 기대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동남아시아로 몰려갔다. 덕분에 인도(16.8%)와 인도네시아(18%) 증시는 과열 조짐까지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를 이끄는 한국(-2.2%)·중국(-6.9%)·일본(-2.1%) 세 나라는 맥을 추지 못했다. 하반기 이후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한국 주식시장은 앞으로 3년 정도 꾸준히 상승할 거라고 본다. 지나치게 저평가를 받고 있는 지금이 투자할 적기다.”

 지난달 26일 홍콩에서 만난 로베코자산운용의 아노트 반 린 아태지역 CIO는 향후 아시아 증시 중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한국을 꼽았다. 하지만 그가 근거로 든 건 다른 전문가들이 흔히 얘기하는 기업 실적 개선이나 글로벌 경기회복 덕분이 아니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면서 주주가치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주가도 올라갈 거라는 주장이었다.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던 이유는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배당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제도가 정착되고 있고, 국민연금이 각 기업에 더 많은 배당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짧게 보면 주가가 상승할만한 요인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낙관적인 요인이 많다.”

 - 기업 실적 개선이나 경기회복이 늦어져도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인가.

 “한국경제는 이제 성장기를 지나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야하지만 그외의 수익은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의 14%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아직 전세계 평균(44%)의 3분의 1 수준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으로도 얼마든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

 - 기업의 목표는 성장 아닌가.

 “한국은 10년 전 일본과 닮아있다. 당시 정체기에 접어든 일본 기업은 배당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다. 한국은 아직도 성장만을 생각하지만 인구구조만 봐도 노령화로 예전처럼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는 2012년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일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통신업은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은 산업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대신 시너지 효과를 낼지 알 수 없는 반도체기업을 인수했다. 우리가 보기엔 이상한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성장 일변도 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주식 중에 추천하고 싶은 업종이나 종목이 있나.

 “예전부터 우선주를 선호해왔다. 배당이 점점 늘어난다면 우선주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업종 중에서는 은행주를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의 은행주는 터무니없이 싸다. 부실대출이나 수익성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너무 저평가돼 있다.”

 -최근 원화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화가치가 그렇게 높은 상황은 아니다. 원화값이 달러당 1000원까지 올라가더라도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다른 아시아 증시 전망은.

 “한국과 함께 일본 증시를 긍정적으로 본다. 일본정부가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일본 은행들 역시 한국만큼이나 저평가 돼있다. 그외에 일본과 홍콩의 부동산기업, 한국과 중국의 소비재 관련주도 매력적이다. 아시아 증시는 아직 전세계 평균 대비 20%, 미국에 비해선 30% 정도 저평가돼 있다.”

홍콩=이한길 기자

◆로베코자산운용=1929년 네덜란드에서 문을 연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전체 운용자산은 약 300조원으로 신흥국 펀드에 강점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를 거쳐 지난해 일본 오릭스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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