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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상의용사 16명이 이룬|자활의 기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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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25로 두 눈을 잃은 실명용사 등 중상이자 16명이 실의(실의)를 딛고 일어서 돼지를 기르면서 연간 3천5백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16채의 집을 짓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인천시 학익동235 문학산 밑 실명용사 촌이 바로 그곳.
실명용사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가 척추장애 등으로 온몸을「휠·체어」에 의지하는 중상이자 들이다.
이들과 가족을 합쳐 전 주민95명이 8백60명에 아담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2백50명 돈사에 3백여 마리의 돼지를 치고있다.
6일 현충일을 맞아 이들 전상자와 가족들은 유명(유명)을 달리한 옛 전우들의 명복을 비는 간단한 추념식을 마친 뒤 어느 날과 다름없이 일을 했다.
이들이 이곳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것은 지금부터 14년 전인 65년.
원래 상이용사 수용소인 부산의 광명원에 수용돼있던 이들은 휴전이 되자 수용소가 해체되면서 뿔뿔이 홑어 졌다가 김병태(50)안광준(48)씨 등 4명이 인천시내에서 우연히 만났다. 푼푼이 돈을 모아 인천시로부터 지금의 땅을 불하 받고 살 곳을 마련했다.
중상이자 16명이 모이고 가족까지 모두 27명이 입주, 우선 손쉬운 일거리를 시작했다.
부인들과 가족들의 힘으로 폐품과 고철을 모아 1년만에 70만원을 마련, 편물과 닭치기에 손댄 것이 자활사업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출발에서부터 순탄하지는 못했다. 편물 기를 엉터리로 만들어 눈 없는 사람을 속이고 양계장에 도둑이 들어 하룻밤 새 30여 마리의 닭이 없어지기도 했다.
이들의 꿈은 연간 3천5백여만원의 수입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돈사를 확장하고 연간 2천 마리의 돼지를 생산,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겠다며 6·25 30주년을「억대재벌」이 되어 맞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인천=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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