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문리대 터가|「문화의 거리」로 탈바꿈

구 서울 문리대 자리에 들어선 문예진흥원 건물을 중심으로 동숭동일대에 새로운 문화시설이 잇달아 세워져 종로5가∼혜화동에 이르는 길은 문화가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다. 19일에는 교양잡지 『샘터』의 신 사옥 「샘터의 집」및 샘터화랑이 문을 열고, 21일에는 문예진흥원 (원장 송지영)이 신축한 총합문화회관 중 미술회관이 개관한다.
이 두 건물은 모두 김수근 씨 (공간연구소 대표)가 설계한 현대식 구조물로 붉은 빛 벽돌을 재료로 제각기의 기능을 최대한 살렸다. 3층인 미술회관은 대지 4백50평, 연건평 9백 평의 규모. 지난해 5월에 착공돼 1년만에 세워졌다. 서울대가 있었을 때 대학원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선 이 건물은 전시실(2백80평)과 자료실(91평)로 나눠져 있다.
전시실은 평상시 1층에 2개실, 2층에 2개실로 구분되나 전시규모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면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간막이로 조정하게 되어있는 게 특징이다.
또 창작활동을 위한 문학예술 정보교환의 장이 될 자료실에는 각종 문화예술 기초기록 자료, 문학계인사를 위한 전문도서 및 해외문화 예술지 「저널」 2백 여종 그리고 영상 음향자료 및 기재 등을 비치해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구상도 있다. 미술회관의 건립에 든 총 공사비는 9억 6천만 원.
미술회관은 앞으로 자체기획전을 비롯하여 「그룹」전 및 개인전 등에 염가로 대관되는데 이경성 유근준 유준상 권옥연 최영림 씨 등 5인의 운영위원이 전시계획을 자문한다. 개관기념으로 미술회관이 갖는 기획전은 「한국미술-오늘의 방법」전(21일∼6월10일).
출품작가는 권녕우 권옥연 김구림 유경채 씨 등 회화부문의 대표적 화가 43명과 조각부문의 김광자 김영중 심문섭 엄태정씨 등 20명이다.
이보다 앞서 19일 문을 여는 샘터화랑에서도 남관·유영국·이준·문학진·최종태 씨 등「5인전」을 기획, 동숭동 「문화의 거리」는 우선 미술인들에게 「성찬」을 베풀 것 같다. 내년 3월로 창간 10주년을 맞는 『샘터』는 『그 동안 조금씩 저축한 결과』로 이 건물을 짓게 되었는데 건물 한쪽은 「코피·숍」으로 설계되었다고. 이 곳을 찾는 국내외문화인들에게 『아늑한 휴식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김재정 씨 (「샘터」발행인)는 앞으로 「미니」 문화도서실도 만들어 개방하겠다고 말한다.
이밖에 3,4개의 사설화랑·전시장·고급 「레스토랑」이 대학천을 사이에 두고 생기고 있으나 아직 문화활동의 중심지역을 이곳에 기대하기에는 미흡하다. 여기에 내달 중 착공, 내년 6윌에는 미술회관 옆에 모습을 드러낼 공연장만 서게 되면 연극인·음악인·무용인들의 활동이 모두 한데 모아져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가 크다.
이 곳에는 이미 지난해까지 흥사단건물·학산 과학기술 도서관(장서 5천 여권)이 들어섰고 문예진흥원 뒤쪽으로는 청년작가회관이 지난 4월 30일 문을 열어 제법 문화지역이 조성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이 개별적으로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한 「문화의 거리」로 이름 붙일 만큼 문화예술 활동이 이곳에 모아질 것이냐 에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문신규 (「토탈·디자인」사 대표) 씨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 곳의 토지를 서울시에서 수용, 주거 지역을 공원 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바꾸지 않는 한 문화시설을 계획적으로 분산,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곳에는 주택을 짓기도 어렵다. 건폐율 40%, 용적율 8O%, 높이가 8m로 제한돼 있어 이용효율도 낮을 뿐 아니라 땅값도 평당 1백만∼1백50만원으로 지난 75년 주공에서 분양할 때 17만∼19만원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져 이제는 주택지로 빈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도별로 없는 것이다.
1927년 경성제대 미학교수 「우에노」씨가 지중해안 으로부터 옮겨 심었다는 「마로니에」두 그루와 서울 대유지비만 이제는 없어진 상아탑의 잔영을 드리우고 있지만 좀더 계획적으로 이 문화의 거리를 살릴 수 있는 당국의 성의있는 조처를 문화관계자들은 바라고 있다.【방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