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르」대통령, 한국문인들과 문학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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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을 방문중인 「레오폴드·세다르·상고르」「세네갈」 대통령은 23일 하오 「롯데·호텔」「아스틀·룸」에서 한국문인들과 문학간담회를 갖고 자작시를 낭송하는가 하면 자신의 문학관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유럽」 제1급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은상 모윤숙 김동리 서정주 송지영 조연현 전광종 조병화 구상 김남작 김요찬 이가형 김종문 이환 송면 김화형 씨 등 16명의 한국 문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간담회는 모윤숙「펜·클럽」회장의 시 낭송과 환영사로 시작됐다. 모 회장이 자신의 시『두 미소』를 낭송한 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웃음을 드린다』고 환영의 뜻을 표하고 이것이 불어로 통역 전달되자「상고르」대통령은 미소를 띠며『감사하다』고 말하고 『「펜·클럽」회장이 여성이어서 멋있다고 생각했으며「세네갈」여당의 강령에도 여권신장에 노력한다는 대목이 있어 유사점을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고르」대통령은 이어『고교재학 시절 한국을 표현한 「타고르」시「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읽고 「세네갈」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국의 시와 미술을 대하고 보니 상징주의 적이라는 점에서 「세네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상징주의라고 해서 박력이 없다거나 천편일률적인 「톤」으로 볼 수는 없는데 그 까닭은 한국과「세네갈」의 시에는 무한한 변화와 강렬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상고르」대통령은 또『50년 전「파리」에서 공부할 때 세계문화의 발상지로「이집트」「그리스」중국 인도 등을 꼽는다고 배웠는데 이중에는 한국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거 오래 전부터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왔음을 밝혔다.
이어 자유로운 대화시간에 들어가 모 회장이 『내년에 「펜」대회를 「세네갈」에서 개최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상고르」대통령은『국제「펜」본부로부터 요청을 받고 수락, 80년초에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뒤『한국 시 가운데 불어로 번역된 시를 읽었는데「이미지」는 전달받았지만 운율「리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을 부탁, 송면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송지영씨가 자작시 낭송을 부탁하자「상고르」대통령은 「월로프」어로 된 자작토속민요를 낭송한 뒤『토속어의 운율을 수학적으로 분석해서 음악적인「리듬」을 만들어 지은 시』라고 주석을 달았다. 「상고르」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조상이야기를 시로 만든 장시중의 한 대목을 낭송했따.
「상고르」대통령은 인종문제에 관해서도 언급, 대체로 순수한 흑인들은 O형이 절대적으로 많지만「세네갈」인은 O형이 50%, A형 20%, B형 20%로「아시아」쪽과의 혼혈가능성도 크다고 말하면서 『따라서 문화에 대해서는 문호를 크게 개방, 구미뿐만 아니라「아시아」의 문화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차 대전 중 반「나치」운동을 경험한 흑인으로서의 백인 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상고르」대통령은 『현재의 독일이「나치」의 독일이 아닌 「괴테」의 독일이기 때문에 백인에 대한 감정이 있을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고 간단히 답변했다.
예정시간인 1시간이 지나 참석자들이「상고르」대통령이 피곤할 것을 염려, 모임을 끝내려 했으나 「상고르」대통령은『괜찮으니 더 이야기하자』면서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상고르」시집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고대·불문학)에게 우리 나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 김교수는 향가로부터 근대소설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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