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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그계의 잔혹사] '웃기거나' 혹은 '사라지거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KBS 2TV <개그콘서트>를 이끌어온 주역들이 지난해 6월 700회 특집방송 녹화를 위해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 모였다.

월간중앙 방송가 개그 프로그램에도 우열이 나눠진다. 구도로 보자면 ‘1강-1중-2약’으로 정리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독주 속에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가 독자적인 포맷과 운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과 MBC <코미디의 길>(이하 ‘코길’) 등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추격전에 나서는 형국이다. 지난 1999년 개콘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이래 어느새 4대 개그프로그램에 속한 개그맨들은 2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과 노력이 살기 팍팍한 한국사회의 웃음 문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콘’은 현존하는 최장수 개그 프로그램이다. 1999년 9월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15년간 수없이 많은 히트 코너와 유행어, 스타 개그맨을 배출했다. 2000년대 중반 잠시 ‘웃찾사’에 선두를 내주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국내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상을 유지한다.

현재 타 개그 프로그램에 몸담은 개그맨 중 상당수가 ‘개콘’ 출신이다. ‘개콘’의 산파 역할을 한 김석현 PD는 케이블방송으로 자리를 옮겨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tvN ‘코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 ‘개콘’의 시청률은 16~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오가며 타 코미디 프로그램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많은 스타가 ‘개콘’을 거쳐갔다. ‘개콘’ 초반에는 창립 멤버인 전유성과 김미화 등 중견 개그맨들이 후배들을 이끌며 프로그램의 뼈대를 엮었다. 또한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백재현이 프로그램의 맏형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미화-백재현이 떠난 빈자리를 ‘사바나의 아침’ 심현섭이 채우더니 2003년에 강성범·김준호·김대희·박성호 등 연예기획사 ‘스타밸리’ 라인 개그맨들과 함께 ‘개콘’을 이탈해 ‘웃찾사’로 떠난다.

이후 ‘개콘’을 접수한 이들이 바로 ‘갈갈이 패밀리’다. 이들은 90년대 말부터 대학로를 중심으로 커온 소위 ‘박승대 사단’으로도 불리는 ‘스마일 어게인’의 소속 개그맨이다. 박준형·정종철·임혁필 등은 이후 2003년 박승대 사단으로 활약했다.

일순간에 ‘개콘’ 내 최대 파벌을 이룬 이들은 수장 격인 박준형이 2003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이후 박준형·정종철 등이 2008년 MBC ‘개그야’로 이적한 뒤 ‘달인’ 김병만이 절친 이수근과 함께 ‘개콘’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김병만 또한 SBS <정글의 법칙>으로 떠나면서 드디어 현재 ‘개콘’을 이끄는 김준호-김대희-박성호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개그콘서트> 3대 패밀리의 컬러

김준호와 김대희는 ‘개콘’ 엔트리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를 이끈다. 이들은 서수민PD와 찰떡궁합을 보이며 또 한 번의 ‘개콘’ 황금기를 이끌어냈다. 결국 지난해 김준호가 박준형 이후 10년 만에 KBS 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현재 ‘개콘’의 주요 출연진은 70명 안팎. 이중 절반 정도가 ‘코코’ 소속이다. 개그계의 파워 그룹으로 손색이 없다. 개그계 ‘3대 원로’ 중 유일하게 이에 소속되지 않은 박성호는 과거 토크쇼 등에서 개그계의 파벌을 소상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2011년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한 그는 “김대희-김준호 파, 김병만-이수근 파, 박성호 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대희-김준호 파에 대해서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고 힘든 일 있으면 도와준다. 그런데 힘든 일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고, 김병만-이수근 파에 대해서 는 “김병만이 ‘개콘’에서 후배 키우면 이수근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끌어준다”고 밝혔다.

박성호 파에 대해서는 “박준형 씨가 함께 했었는데 나를 버리고 MBC로 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 방송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는 실제 파벌이라기보다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분류에 가깝다. 소위 ‘박성호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고, 뭉치기 좋아하는 이들은 또 그들끼리 자연스럽게 친분을 다진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 ‘개콘’의 수장인 김상미 PD는 “‘파벌’이라 말하지만 사실 원로들은 소속사 사업 등으로도 매우 바쁘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오랜 시간 걸어온 길이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기에 ‘무형의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콘’은 다수를 점한 특정 기획사가 배타적인 세력을 형성하는 걸 극히 경계한다. 오히려 개콘 중심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이를 테면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를 강조하는 ‘멘토-멘티제’나 ‘개콘’ 특유의 엄격한 기수 문화 등이 개콘의 결속력을 다지는 토양으로 작용한다. 김상미 PD는 “이와 함께 과거보다 소위 군기 잡는 문화도 많이 사라졌다”면서 “박성호, 김준호 등 시니어 그룹이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개콘’ 내부의 기류를 전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스타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분위기의 확산이다. 15년 동안 수많은 선배들이 명멸하는 과정을 지켜본 구성원들이 겸손해져야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1970년대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MBC <웃으면 복이와요>의 한 장면. 왼쪽부터 임희춘·구봉서·서영춘 씨.

끝없는 폐지와 부활 그리고 MBC

KBS는 ‘개콘’에서 톡톡한 재미를 본 반면, MBC는 2000년대 이후 두각을 나타낸 프로그램이 가물가물하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방송된 <코미디하우스>도 초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최양락의 ‘알까기’와 손헌수의 ‘허무개그’, 문천식의 ‘노브레인 서바이버’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점차 공개 코미디를 표방한 ‘개콘’과 ‘웃찾사’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2005년, MBC는 1970~90년대 구봉서·서영춘·이주일·배삼룡 등을 주축으로 인기를 구가했던 <웃으면 복이와요>의 부활을 선언했다. 형식도 공개 코미디로 전환, ‘개콘’과 ‘웃찾사’를 따라잡으려는 의욕을 불태웠지만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같은 해 버라이어티 개그에 초점을 둔 <웃는데이>마저 참패를 거듭하자 다시 스탠딩 형식의 <개그야>가 등장했다.

<개그야>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나름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모님’(김미려), ‘주연아’(정성호·김주연) 등이 히트 코너로 떴지만 옛 영광에는 못 미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코미디와 버라이어티를 결합한 <하땅사>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방송됐고, <꿀단지>(2010년), <웃고 또 웃고>(2011)가 어지럽게 뒤를 이었다. 이후 내놓은 <코미디에 빠지다>는 MBC가 2009년 <개그야>를 폐지한 후 3년 만에 내 놓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지만 역시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MBC는 5월 11일 <코미디의 길>이라는 새 문패를 달고 시청자를 만났다.

MBC는 내부적으로 공채 개그맨들의 입김이 타방송사보다 센 편이다. 또한 MBC 출신 유명 개그맨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명가의 재건을 꿈꾸는 경향도 있다. <웃는데이>(2005) 때는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경규가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했다. <하땅사> 시절에는 1987년 MBC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경실이 진행을 맡았고, 1994년 MBC 5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정찬우와 김태균이 ‘컬투패밀리’를 이끌고 입성했다.

<코미디에 빠지다>에서는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 출신인 박명수와 이윤석 등 선배 개그맨들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코미디의 길>에서는 1993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홍렬이 돌아와 까마득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반면 2008년 초 ‘개콘’ 출신인 박준형과 정종철, ‘웃찾사’ 출신의 리마리오 등이 대거 <개그야>로 넘어왔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지는 못했다.

<코미디 하우스> 때는 MBC 공채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최양락을 필두로 문천식·표영호·김미연·김학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하땅사> 때에는 파벌간 경쟁이라고 할 만한 구도가 펼쳐졌다. MBC 공채 출신 개그맨 30여 명과 ‘컬투패밀리’ 소속 개그맨 30여 명의 대결 구도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갔다. 양측이 각각 네 번씩 개그 경기를 펼쳐 방청객의 투표로 승부를 가르는 식이었다. 우수 코너를 진행하는 팀엔 금일봉을 지급했고, 재미 없는 코너는 폐지됐다.

박준형이 주장을 맡은 팀에는 김미려·손헌수·조정린·정명옥 등이 있었고, 정찬우가 주장을 맡은 팀에는 리마리오·김재우·현병수 등이 활약했다. 현재 <코미디의 길>에는 KBS 출신 박준형과 SBS 출신 최국이 다시 합류하긴 했지만, 이들 역시 오랜 시간 MBC 개그 프로그램에 몸을 담았다.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이자 <코미디의 길> 작가인 홍성진은 “이 프로그램은 코미디언실을 중심으로 한 기수문화가 강한 편”이라고 밝혔다.

‘웃찾사’는 99년 이후 한때나마 ‘개콘’을 넘어섰던 유일한 개그 프로그램이다. 2003년 4월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방송을 내보냈고, 2005년쯤에는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2004년 12월에 최초로 20%대 시청률을 돌파했고, 2005년 1월 20일(88회)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 28.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는 등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개그맨 노예계약 파문’이나 기획사 간 알력다툼 등으로 하락세를 걷다가 2010년 10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운명에 처했다.

1년 뒤 시즌2에 해당하는 <개그투나잇>으로 부활, 이후 2년 반 만인 2013년 4월 ‘웃찾사’로 복귀한 채 명맥을 이어온다. 최근에는 과거 ‘개콘’을 앞질렀던 그 시절 연출자인 이창태 예능국장이 다시 프로그램 제작PD로 투입됐다. 국장이 다시 연출로 복귀하는 사례는 방송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웃찾사’ 제2의 전성기를 되찾고자 하는 SBS의 염원이 읽혀진다. 올해 들어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8월 tvN <코미디빅리그> 2012~2013 정규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개그 트리오 ‘개불’. 양세찬·이용진·이진호로 이뤄진 ‘개불’은 우승상금 2천만원을 챙겼다.

‘웃찾사’, 2005년의 영광 재현할까

‘웃찾사’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두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박승대와 컬투(정찬우·김태균)다. 과거 ‘박승대 사단’과 ‘컬투패밀리’ 개그맨들은 프로그램 내 주요 세력을 형성했다. 2000년대 중반 이들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개콘’을 앞지르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이다. ‘웃찾사’는 2002년 말 심현섭을 중심으로 김준호·김대희·박성호·이병진·강성범 등 ‘스타밸리’ 소속 ‘개콘’ 개그맨들이 동시에 출연을 중단하고 SBS로 이적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개콘’의 에이스였던 심현섭은 생각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웃찾사’의 에이스 자리는 ‘미친소’ 코너로 화제를 모았던 컬투에게로 돌아간다. 강성범 등 베테랑과 김신영·김태현·윤택·리마리오 등 신예의 조화가 두드러지면서 2005년에는 드디어 ‘개콘’을 앞질렀다. 당시 ‘웃찾사’ 2대 파벌이 바로 박승대의 스‘ 마일매니아’와 컬투라인 개그맨들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웃찾사’는 2005년 박승대의 ‘스마일매니아’ 소속 개그맨들의 ‘노예계약 파문’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윤택·김형인·정만호·김신영 등 14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박승대 대표가 방송 출연을 무기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건은 해당 개그맨들이 갑작스레 원만히 해결됐다는 의사를 밝히며 마무리됐지만, 박승대는 결국 ‘웃찾사’를 떠났다. 이후 하락세를 타던 ‘웃찾사’는 2009년 ‘컬투패밀리’가 재합류하고 강성범과 걸출한 신인들을 발굴해서 다시 인기를 만회하는 듯 했다.

‘형님 뉴스’와 ‘나몰라 패밀리’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컬투는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하차한다. 박승대가 ‘웃찾사’ 기획 작가를 맡은 데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0년 10월 ‘웃찾사’는 흥행 부진으로 끝내 막을 내린다. 한편 박승대는 아직까지 현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2014년 현재 박승대의 기획사인 ‘ent’ 소속 개그맨은 60여 명의 출연진 중 15명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연출을 맡았던 김재혁 PD는 “현재는 ‘웃찾사’에 이렇다 할 세력이나 구심점이 없다. 다만 선배나 오랜 기간 활동해온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정도는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41세인 강성범이나 30대 후반인 정용국 등이 선배 역할을 하고 있고, 김형인·남호연 등 오랫동안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이들이 각 소그룹의 기둥이라 할 만하다.

<코미디빅리그>는 ‘개콘’ 출신인 김석현 PD를 중심으로 뭉친 케이블 코미디 프로그램의 최강자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번의 시즌을 맞이했다. 코미디에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해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2년 4개월 만에 100회 방송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리그제를 개그에 접목한 결과, 기존의 공개코미디보다 한 박자 빠른 호흡을 보여줬다. 또한 지상파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와 팬들간 적극적인 SNS 커뮤니케이션도 눈길을 끌었다.

‘개콘’의 독주와 SBS와 MBC의 부진이라던 기존의 틀을 깨면서 독자적인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이다. 케이블에서는 대단히 성공적인 2~3%(닐슨코리아, 케이블 가입기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개콘’ 독주에 도전장 내민 ‘코빅’의 힘

‘코빅’은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한 무대에서 개그 배틀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시작한 만큼 파벌과는 거리가 멀다. 유세윤·안영미·강유미 등 KBS, 이용진·한현민 등 SBS, 문규박 등 MBC 출신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속사도 ‘코코’(이국주·장도연 등), ‘코엔’(유상무·이상준 등), ‘조으다’(문규박·이용진 등), ‘졸탄’(한현민·이재형 등) 등 다양하다.

김석현 PD는 “프로그램 초반에는 KBS와 SBS 출신 개그맨들 간에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KBS 출신들이 약간 엘리트 의식이 있는 편이었고, SBS 출신들은 ‘실력으로는 안 진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그런 경향이 별로 없다. 우리 ‘코빅’은 ‘코빅’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출연 개그맨은 ‘코빅’으로 출연하면서 친정으로부터의 불이익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미려는 2011년 ‘코빅’ 제작발표회에서 “타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모든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제명 위기에 놓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빅’ 개그맨들은 “연기자들은 공채 출신과 관계없이 타 방송사 작품에도 자유롭게 출연하는데, 왜 개그맨들만 가로막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김석현 PD는 기존 개그 프로그램의 공채 시스템도 어느 정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일부 방송국에서는 공채로 뽑아놓고서 자기들은 안 쓰면서 남 주기도 아까워한다”면서 “시장에 있는 실력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코빅’에서는 기획사 별로 차별하거나 파벌을 형성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웃지만 개그맨들은 시청률에 웃고 운다. 출신에 따라 텃세도 작용하고 때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일면 화려해 보이는 개그계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엄연하게 작용하는 우리사회의 축소판이라 하겠다.

원호연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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