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겨레말큰사전 편찬 7월말 선양서 재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4년 넘게 중단됐던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한측 사업주체인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 고은)의 한용운 편찬실장 등 실무자 3명이 25일 개성에서 실무자 접촉을 하고 돌아옴에 따라서다.

 이날 실무 접촉에 참가한 편찬사업회 김학묵 사무처장은 “북한측 관계자들이 가능하면 편찬작업을 다시 시작해보자는 입장이었다”며 “7월말 중국 선양에서 공동편찬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취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교류 사업은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남북한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고, 교류 사업이 남북한 동질성 회복에 기여한다면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막기 위해 2005년 시작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대표적인 동질성 회복 사업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사전 편찬작업인 남북공동회의를 승인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의 평화통일 구상 등에서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 전환에 따라 사전 편찬 사업 재개도 적극 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남북공동회의는 2009년 11월 제20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도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 열렸을 정도로 남북 관계는 막혀 있었다. 올 들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사전 편찬사업은 순위가 뒤로 밀렸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 양측이 합의한 올림말(표제어) 33만 개에 대해 뜻풀이를 통일한 남북 단일 사전이다. 지난해 말까지 250억원이 투입됐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