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황금의 지배자|「메이저(국제석유자본」와 OPEC(석유수출국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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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3월13일상오10시-
「거웅」(빅·베어) 이란 벌명을 갖고있는「엑슨·인터내셔널」의「돌프」사장이 동경 「니혼바시」(일본교)의「이또오쮸」(이등충)상사 동경본사를 방문했다.
『옛날「로마」시대에는 사자가 좋지않은「뉴스」를 전달할때는 사자의 밥이됐으나 이곳에는 사자가 없군요』-.
7척이 넘는「돌프」사장은 거대한 곰처럼 뚱뚱한 배를 내밀며 가시돋친 농담으로 말무를 열었다.
그가 전한 좋지 않은「뉴스」란「엑슨」과 제휴관계가 없는 일본석유회사에 대해 원유 공급을 감축, 내년부터는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통보였다.
동경거리에 나타난「큰곰」「엑슨」이 일본에 공급하고있는 원유(2억4천만「배럴」)중 「엑슨」과 자본제휴관계가 없는 회사(사이드·파티)에 대해서는 현재의 원유공급계약기간이 끝나면 그후는 6개월분만 개약경신하고 ▲그때의 공급량은 종전의 50%로 줄이며 ▲경신기간이 끝나면 그후는 일체 추가계약을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또오쮸」가「엑슨」으로부터 공급받는 원유는 하루 1만8천「배럴」.
「이또오쮸」의「다까하라」(고원)상무는 새파랗게 질린 열굴로「엑슨」과 우리는 30년가까이 장구한 세월 관계를 맺어왔다.「엑슨」은 30년의 우정을 저버리는 것인가』고 반문했으나,「돌프」의 반응은『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차디찬 한마디 뿐이었다.
「돌프」사장은 다음날「미쓰이」(삼정)물산을 방문, 똑같은 말을 전했고 그다음날은「이메미tM」(출광)흥산,「마루젠」(환선) 등 13개「사이드·파티」를 심방하면서「매우 슬픈 소식」을 되풀이해 전했다.
일본에서「메이저」의 힘은 그 어느나라보다 막강하다. 일본의 원유수입량 17억6천만 「배럴」중 74%인 약12억6천만「배럴」이「메이저」및 외국석유회사에 의해 공급되고있다.「메이저」의 비위를 거슬리면 그날부터 원유공급이 끊긴다.
이번「엑슨」의 윈유공급중단(감축) 통고도「메이저」를 제쳐놓고 제멋대로「이란」정부와 직접 장기원유수입계약을 맺은 보복조치라는 얘기다.
「이란」사태후 새「이란」정부가 원유수출재개 낌새를 품겼을때 가장 먼저 덤벼든 나라는 약삭빠른 일본이다.
「마루베니」(구홍)는 누구보다먼저 3월2일「테헤란」에 들어가 장기원유수입계약의 입장권을 손에 넣었다.
「미쓰이」「이모오쮸」「이데미쓰」기타 유력석유회사도 뒤질세라「테헤란」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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