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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귀 속인 중대 범죄 … KBS는 개조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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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부른 친일 논란은 KBS의 교회 강연 발췌 보도로 시작됐다. KBS 보도가 왜곡보도이자 폭로 저널리즘이란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 국정감사에서 KBS 보도를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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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4일 “KBS의 폭로성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번 사태는 공영방송의 뉴스 게이트키핑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문제는 당사자 모르게 터트리는 건데, 쟁점이나 특정인의 신상과 관련된 보도는 당사자나 반대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KBS 보도는 그런 노력이 거의 없다.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터트리기”라고 비판했다. 언론인 출신의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는 “원본 동영상을 보면 문맥을 왜곡한 보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고난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동북아 시대 기독교인이 분발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발언이지 식민지를 정당화한 것은 아니다. 구약적인 해석을 거두절미해서 친일파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원우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방송 이후 2~3일 이후라도 본인의 반론과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며 “해당 영상이 종교적 맥락에서 나왔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KBS의 마녀사냥” “중대 범죄행위”라는 말이 나왔다. 2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에 선출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공영방송인 KBS가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는 방송이 되지 않는 길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며 “국가 대개조라는 사명에서 KBS 역시 대개조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간사인 조해진 의원도 “KBS는 보도의 기본원칙과 요건·언론의 양심과 정도에서도 벗어났다”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국민을 속였다는 점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 국정감사 때 왜곡보도 부분을 문제 삼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문화부 장관과 국회 문방위원장을 지낸 정병국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짚어야 한다”며 “청문회를 거쳤던 사람으로서 왜곡보도가 야기하는 마녀사냥식 규정짓기의 폐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수신료를 받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건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KBS는 현재 노조가 장악한 노영(勞營)방송”이라며 “정치화된 민주노총에 소속된 방송노조가 장악한 KBS는 방송의 중립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묵했다. 지난 2년간 미방위 간사를 맡았던 유승희 의원은 “맥락을 빼는 건 문제지만 방송뉴스에서의 발췌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보도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부당한 언론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은 “(문제점을) 다 인정해도 민족감정을 건드린 점은 상식적 수준의 논의 절차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왜곡보도 논란에 대해 KBS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발언의 편집은 시간이 제한된 방송의 메커니즘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짜깁기·왜곡 보도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체 강연을 본 학자와 언론계 인사들 가운데도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공식성명과 달리 KBS의 심의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장과 보도국장이 공석인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KBS의 자체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문제가 된 9시 뉴스 보도가 방송되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사퇴해 KBS는 리더십 공백 상태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다음 달 1일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논란이 된 보도에 대한 제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중요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해서 내용을 왜곡했을 경우에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양성희·강태화 기자

[반론보도문]

중앙일보는 「"국민 눈·귀 속인 중대 범죄 … KBS는 개조 대상"」 제목 하에, KBS가 6월 11일 9시 뉴스에서 문창극 전 국민총리 후보자의 강연내용을 보도하면서 사장과 보도국장이 없는 상태에서 자체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문 전 후보자의 의견을 반영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위 보도 당시 류현순 사장직무대행과 박상현 보도국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KBS 뉴스는 방송법 제6장 제86조 제1항에 근거, 자체 사전심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위 보도 전 문 전 후보자의 반론을 듣기 위해 통상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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