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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궁합(宮合) … 끊임없이 실험한다, 뭘 하든 이태원에선 OK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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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낸 남성 편집숍 ‘디옴’ 오픈파티에서 가수 아이비(오른쪽)와 함께 한 박정근 대표. [사진 MYK]

이태원. 상권으로만 논하자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가로수길도 경리단길도 없던 시절부터 이국적 레스토랑과 오버사이즈 옷집 등 개성있는 가게들이 외국인과 한국인을 끌어모으던 곳이었으니 말이다. 분명 매력있으면서도 어느 변두리 뒷골목같은 촌스러운 느낌도 지울 수 없었지만 2011년 이런 분위기를 확 바꿔놓은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펍(프로스트)과 바(뮤트)·클럽(글램)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디스트릭트’다. 오밀조밀한 가게가 밀집한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있는 2층짜리 디스트릭트는 이 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1320㎡(400평)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사람들을 압도했다. 외양만이 아니다. 트렌디한 컨셉트의 내부는 이곳을 단숨에 이태원의 명소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이곳이 중급호텔 연회장이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이 박정근(44) MYK 대표다. 그는 2009년 서울에 생긴 첫 라운지클럽인 ‘비원’과 2010년 이탈리아 레스토랑 ‘비트윈’을 이태원에 낸 이 동네 골목대장이다. 2011년 ‘디스트릭트’에 이어 올해는 럭셔리 남성복 편집매장 ‘디옴’까지 이곳에 냈다.

클럽과 레스토랑·옷집 등 서로 다른 성격의 매장을 시도하면서 유독 공간만큼은 이태원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박 대표는 “이태원은 여러 나라 문화가 잘 어우려져 있는 곳”이라며 “평소 머릿속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표현하기에 이태원 문화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특히 다양한 컨셉트의 매장을 운영하기엔 이태원이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태원을 바꿔놓기 위해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시도하기에 이태원이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무엇이든 ‘오케이’인 이태원만의 성향을 좋아하고 이곳에서 성장한 만큼 계속 이곳을 지키고 싶다”며 “이태원이 좀더 성장하려면 레스토랑·클럽 일색인 기존의 단순 놀이 공간에서 벗어나 의식주와 문화생활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일까. 그는 지금 부티크 호텔을 구상중이다. 박 대표는 “아직은 계획 단계일 뿐”이라면서도 “해외에 자주 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에 없는 전혀 새로운 컨셉트의 호텔을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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