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New York Times

미국, 2003년 이라크 악몽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2014.06.24 00:36

업데이트 2014.06.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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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

지금이 2003년인지 2014년인지 모르겠다.

 이라크에 군사 개입을 해야 한다는 아우성이 들릴 때마다 고통스러운 기시감에 몸이 절로 움찔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무인항공기 드론을 통한 이라크 공습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는 ‘약해 빠졌다’는 반대파의 조롱을 받아 왔다.

 군사 개입은 심각한 문제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2003년 이라크 침공의 교훈이다. 이라크전에서 미군 4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뢰할 만한 학술지 논문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 50만 명이 사망했다.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린다 빌메스 교수(재정학)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전에서 총 4조 달러를 지출했다.

 미국 가구당 3만5000달러의 납세액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미국의 모든 어린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전 세계 에이즈 환자 대부분에게 치료비를 대고, 전 세계 모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돈이다. 그것도 83년간이나. 미국은 쓸데없이 이라크전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발선으로 돌아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군사력이라는 도구는 편리하고 유용한 때가 있다. 하지만 국제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교훈 중 하나는 ‘해결책보다 문제가 더 많다’는 좌절감을 안기는 사실이다. 정부는 또한 의사처럼 ‘무엇보다 아무런 해로움도 끼치지 말라(first, do no harm)’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교훈이 안 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라크 미군정 최고 행정관이었던 폴 브레머는 이라크 공습과 함께 약간의 지상군 투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군사 개입을 옹호하는 사설을 실었다. 놀랍게도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이 이런 입장에 동조한다. 워싱턴 DC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더 힐’의 보도에 따르면 파인스타인은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에 대해 지금 직접적 조치를 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ISIS는 이라크 북부를 점령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이다.

 딕 체니는 군사 개입을 주장하는 강경파라는 게 전혀 놀랍지 않은 인물이다. 딸 리즈 체니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딕 체니는 어김없이 틀린 소리만 해대는 이전 행보를 그대로 이어갔다. 베트남전 때 갖은 방법을 동원해 끝내 병역을 기피했던 딕 체니는 부통령이었던 2002년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게 “절대적으로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2005년에는 이라크 반군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중”이라고 우겼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껏 계속되는 반군의 발악을 진압하지 못한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라크는 공식적으로 미국에 군사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이 의도한 바와는 달리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건 아닌지 두렵다. 1982~84년 레바논과 1992~94년 소말리아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될 수도 있다. 이번 경우 개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선택이다. 하지만 개입은 더 나쁜 선택이다.

 이라크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강경파 주장이 맞다고 쳐도 지금 미국의 군사 개입은 과연 최선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반군은 4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군 규모는 그 50배다. 시아파가 장악한 현 정부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 혹은 그를 대체한 지도자는 반군을 격퇴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수니파와 쿠르드족을 소외시키려 들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알리사 루빈, 로드 노드랜드 기자는 알말리키 총리를 만난 아랍족·쿠르드족 지도자들이 그들의 수니파 군대로 반군을 물리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온건 수니파로 강경 수니파를 물리쳐 종파 간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 통합을 달성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그러나 알말리키 총리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라크 수니파 다수는 반군에 적대적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알말리키 총리에 대한 증오와 불신은 더 강하다. 진창에서 빠져나가려면 수니파·쿠르드족과 권력을 분점하고 분권화를 수용하는 동시에 온건 수니파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실현되면 미국은 반군에 대한 공습으로 이라크 연합 정부를 지원하는 합리적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내전에서 일방의 편을 드는 외세로 전락한다. 독불장군 알말리키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런던의 어느 모임에서 말했듯이 “미국이 시아파 무장 집단의 공군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행히도 알말리키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대신 고집 부리며 시아파의 권력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 화해의 표시로 수니파 죄수들을 석방해야 하는데 오히려 처형을 강행하는 악수를 뒀다.

 군사력 사용이 필수적인 때, 그 효과도 강력한 때가 있다. 코소보 사태나 쿠르디스탄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4조 달러를 치르고 얻은 교훈은 미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눈부시고 매혹적이더라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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