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1920~2005] 당신의 침묵은 '사랑하라'는 외침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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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가 담긴 관이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장례식장인 성 베드로 광장으로 운구되고 있다. [바티칸시티 AP=연합]

가장 아름다운 고별의

촛불을 켜며 다시 불러보는

그 이름, 카롤 보이티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세상과 인간을 향한 당신의

극진한 사랑은

극진한 슬픔을 낳아 모든

이가 형제 되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민족과 종파를 초월하여

하나 된 이 추모 열기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평화로,

사랑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우리는

이제 당신을 고요히

천국으로 보내드립니다.

봄꽃의 향기와

지구촌의 슬픔 속에

먼 길 떠나시는 당신을

우리는 땅에 묻지 않고 우리의

영혼과 가슴에 묻으렵니다.

이제 당신의 침묵은

'더 넓고 깊게 사랑하라'는

커다란 외침으로 들립니다.

이제 당신의 떠남은

우리에게

평화의 일꾼이 될 책임과

의무를 숙제로 남기는

사랑입니다.

당신이 곁에 계셨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이 지구 별에서

당신을 통하여 배운

사랑과 용서를

날마다 새롭게 실천할

지혜와 용기를 청하며

우리도 지상에서

이미 하늘나라를 살아가는

푸른 별이 되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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