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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석유위기임박설로 각국에 비상|서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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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란」사태가 빚은 석유파동이 서독을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유가는 천장부지로 치솟는데다가 소비자의 사재기행위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는 등 「에너지」정책이 완전히 와해된 가운데 연방정부는 매일 대책수립을 위한 회의 속에 파묻혀 있다.
현재까지 마련된 대책은 단기적으로 석유수입선의 다변화와 장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로 집약되고 있다.
그렇다해도 전체 석유소비량의 94%정도를 외국에 의존해야하는 데다 석유소비증가율에서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서독인 만큼 문제는 심각하다.
게다가 석유의 대「이란」의존도가 18.1%에 달하고 전체「에너지」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2.5%에 이른다는 구조적 취약점이 정책추진에 적지 않은 장애로 등장된다.
「이란」사태가 빚은 석유파동이후 자동차의 시속을 80km로 제한한「그리스」나 정부비축석유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프랑스」같은 긴급조처는 서독에서는 아직없다.
그렇지만 국내 석유시장의 소용돌이는「그리스」나 「프랑스」와 대차가 없다.
14「달러」이던 76년의「배럴」당 원유 수입가는 78년11월에 15「달러」로 인상된 데 반해 서독 돈으로는 37「마르크」에서 29 「마르크」로 오히려 내려갔지만 이는 「마르크」화의 강세에 따른 「달러」화의 하락이 빚은 숫자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시장에선「메이저」(국제석유자본)의 가격조작으로 지난여름「배럴」당36 「마르크」(31「달러」)이던 원유값이 연말에는 41「마르크」(22「달러」)로 껑충 뛰었고 연간 1천4백여만「배럴」씩 수출해온 소련이 북해항구의 결빙을 이유로 송유를 중단한 1월중순부터는 무려 57「마르크」(31「달러」)로 치솟아 『석유가 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각 공장과 주택용인 중유는 실수요자들의 사재기행위로 품귀상태여서 최근엔 주문량의 30%정도만이 배달되는 실정이고 이 때문에 「카프롤락탐」등 석유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화학섬유업계는 20%정도의 가격인상계획까지 검토중이다.
이같은 혼란의 배경은 서독의 「이란」석유의존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독의 78년도 「이란」 석유수입 의존도는 화란·「스페인」·「오스트리아」에 이어 18.1%로 4위이고 수입량으로는 1억2천1백10만「배럴」로 미·일에 이어 세 번째.
여기에 연평균 유류소비증가율이 13% 정도인 다른 선진공업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서독의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려진 1차 처방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있는「유럽」 석유시장을 통한 원유의 긴급확보와 함께 수입선을 다변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로테르담」에 있는 「메이저」와의 교섭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제3의 산유국을 통한 물량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서독은 석유수입에서 이란과 같은 비중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난 연초 한차례의 사절단을 교환, 이미 「사우디」로부터 상당량의 물량증대를 보장받는 한편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와 「이라크」로부터의 수입증대와 지금까지 석유관계가 전혀 없던 「멕시코」와의 교류증진도 아울러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정책에 그치지 않고 석유수입을 계속 줄여 대외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 서독정책의 줄거리다. 지구상의 석유매장량은 제한되어 있는터에 중동의 석유개발비가 과거보다 훨씬 더들고 해저유전개발비는 중동의 5∼10배에 이르고 있어 석유에만 「에너지」를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석유증산은 기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90년대이후의 원유가격이 지금보다 2배반이 비싼 「배럴」당 35「달러」선으로 예상되는 것도 걱정이다.
따라서 연방경제성등 관계기관들은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의 비중을 가능한한 줄이기 위한 장기정책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78년 전체 에너지에서 52.5%를 차지한 석유의 소비량을 90년대까지 42.6%로 억제하는 대신 현재 2%선인 핵에너지를 15.7%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물론 「에너지」절감 및 효율적인 사용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에너지」의 남용을 막고 그밖에 석탄 및 자연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한다지만 핵「에너지」가 문제를 풀어주는 열쇠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정부로서는 핵발전소의 건설은 강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핵폐기물 처리문제와 안전도 문제등으로 핵발전소 증설을 반대해온 좌파와 집권당의 마찰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 나타나리라는 전망이 「호메이니」가 서독에 안겨준 선물이다..
【본=이근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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