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으로 군대 보낸 부모들 패닉 … 총격전 소식에 "우리 아들 투입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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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11시 주부 이모(44·여)씨는 지인으로부터 급박한 전화를 받았다. 아들(21)이 군 복무를 하고 있는 22사단에서 두세 시간 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즉시 중대장에게 전화를 건 이씨는 “아들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무장 탈영병 수색에 투입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하루 종일 집에서 뉴스를 보며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놀란 사람은 이씨뿐만이 아니다. 총기난사 사고가 알려진 직후 군대에 자녀·동생을 보낸 가족들 역시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렀다.

 22일 오전 1시 서울 광진구에 사는 자영업자 손모(29·여)씨는 잠을 청하려다 스마트폰에 뜬 총기난사 사건 속보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난 2월 강원도 모부대로 입대한 8살 어린 남동생이 걱정돼서였다. 남편으로부터 동생 부대와는 관련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손씨는 “군대가 이전보다 안전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놀랐다”며 “스케줄을 다 취소하고 동생과 연락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후 2시 넘어 무장 탈영병 임모 병장과 군 수사대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증폭됐다. 아들을 강원도 홍천에 있는 부대로 보낸 회사원 최동호(48)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최씨는 “항상 실전처럼 생활하는 GOP 같은 곳에 관심병사를 보내고, 그 아이들에게 실탄과 수류탄을 쥐어준 국방부가 원망스럽다”며 “아들 또래인 피해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말했다.

 22사단 신병교육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부를 묻는 가족·친지의 문의가 이어졌다. “○○동 중대 3초소 이병 ◆◆◆ 엄마입니다.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났나요?” “제 동생도 22사단이거든요? 55연대가 맞나요? 정말 답답하고 애가 타서 미치겠습니다”라는 글 50~60개가 올라왔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친구들의 모임인 ‘곰신사이트’들에도 걱정하는 글이 쇄도했다. 남자친구가 22사단에 근무한다는 A씨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상화·이서준·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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