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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 로드' 에 족발 한 점 …"돼지가 시집가는 날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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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카멜 로드 몬테레이 피노 누아’(뒤쪽 중앙)가 족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혔다. ‘피오 체사레돌체토 달바’(오른쪽)와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샤르도네’는 2, 3위를 기록했다. [최승식 기자]

한국인이 좋아하고 즐겨먹는 고기라면 단연 돼지고기를 꼽는다. 허약 체질을 개선하고 어린이 발육에 좋을 뿐 아니라(동의보감)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찌개는 물론 삼겹살구이·족발 등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우리 식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 퓨전 레스토랑들은 돼지고기를 익힌 스테이크를 메뉴로 제공할 정도로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제시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와인컨슈머리포트 평가단이 서울 서초동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돼지고기를 소재로 한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봤다. 돼지고기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삼겹살을 비롯해 족발·보쌈·두루치기 등 4가지 음식에 평가단이 1차적으로 추천한 와인 3가지씩을 시음했다.

 먼저 야식의 대명사인 족발이 준비됐다. 쌈장과 베이비 롤라로사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최고의 궁합을 보인 와인은 ‘카멜 로드 몬테레이 피노 누아’였다. 더클래식 500의 손성모 지배인은 “와인의 적당한 탄닌과 산도가 족발의 쫄깃함과 어울려 음식을 더 담백하게 한다”며 “회와 와사비 간장의 조화처럼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정수지 와인전문 파워 블로거는 “마치 ‘돼지가 시집가는 날’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최고점을 부여했다.

 이어진 음식은 무김치와 배추 절임이 함께 놓인 보쌈이었다. 호주산 레드 와인 ‘앨리스 화이트 시라’가 1위에 올랐다. 상민규 한국소믈리에협회장은 “아삭한 김치를 두른 부드러운 보쌈에 와인 한 모금을 곁들이니 계속해 손이 간다”고 느낌을 전했다. 다른 평가자들도 고기와 쌈을 싸서 먹을 때가 고기만 먹는 것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소비뇽 블랑’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산도를 지닌 와인이 기름기 있는 보쌈고기 및 매콤한 김치와 상호보완적인 조화를 보인다”는 호평을 받으며 평점 0.1점 차로 2위가 됐다.

 가장 대중적인 돼지고기 요리인 삼겹살구이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위주로 블렌딩된 ‘아발론 캘리포니아’가 손꼽혔다. 손성모 지배인은 “다소 와인의 위세가 강하지만 달콤한 끝 맛이 삼겹살의 기름기를 만나니 한층 부드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웨스틴 조선호텔 김주용 소믈리에는 “파 절임, 고추장을 곁들이니 삼겹살은 물론 다른 각각의 특색이 더욱 살아나 좋은 하모니를 이룬다”고 치켜세웠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두루치기는 네 가지 음식 중에서 가장 양념이 강했다. 그 때문에 레드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평가자들이 시음에 앞서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 외로 최고점을 받은 건 화이트 와인인 ‘트림바크 게부르츠트라미너’였다. 이번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가헌 박현진 이사는 “와인의 은은한 꽃향과 단맛이 두루치기의 짜고 매운 맛을 상쇄시킨다”며 “화이트 와인이지만 의외로 매운 음식에 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다른 패널들도 대개의 화이트 와인과 달리 상대적으로 강한 향신료 향이 나서 양념이 센 여러 한식과도 조화를 이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주용 소믈리에는 “와인은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매칭의 방법과 수가 여러 가지”라며 “돼지고기로 만든 한식이 생각 외의 와인과 최고의 궁합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평가단

▶ 와인 전문가=상민규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손성모 더 클래식 500 호텔 ‘라비앙 로즈’ 소믈리에, 유영진 쉐라톤 워커힐호텔 소믈리에, 김주용 웨스틴 조선호텔 ‘베끼아 에 누보’ 소믈리에, 홍재경 ‘House of the Purple’ 대표, 이종화 ‘The Restaurant’ 소믈리에, 이승훈 소믈리에, 이용문 롯데호텔 소믈리에, 박현진 ‘두가헌’ 이사, 박찬준 아시아 와인트로피 심사위원

▶ 요리 전문가=올리비아 리(이영희) ‘이밥차그리고 책’ 이사, 유준민 ‘세라피나 뉴욕’ 본부장, 김진한 ‘나물먹는 곰’ 대표. 남경표 요리전문 프리랜서

▶ 파워 블로거=정수지 ‘와인21’ 기자, 진성숙 요리전문 파워블로거(블로거명 로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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