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측 조절위가 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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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측은 12일 다시 남북조절위의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남북대화문제를 포함한 제반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양측 조절위부위원장회의를 오는 17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이와 아울러 김성진 문공부장관은 조절위 재개요구와 「책임 있는 당국간 회담」을 요구하는 우리의 기본입장은 별개의 것이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수준에서든 남북한당국이 무조건 만나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1·19제의」는 계속 유효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 같은 우리 입장은 책임있는 당국간 대화의 문호는 열어놓은 채 조절위는 조절위대로, 적십자는 적십자대로 가능하면 기왕의 모든 대화통로를 정상화시키자는 취지로 풀이 된다. 우리측의 17일 회담제의에 대해 북한측은 또 13일 조국전선서기국대표를 판문점중립국감독위회의실에 파견하겠다고 통고한 듯 하나 우리는 우선 평양측 조절위가 직접 얼굴을 내밀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답을 보내야 한다고 믿는다.
박대통령의 「1·19제의」에 대해 나은 북한측 「단국전선」 중앙위의 「1·23 소명」은 그 1항에서 『북과 남은7·4공동성명의 본래의 이념과 원칙으로 되돌아 가야한다.』고 하면서도 7·4 소명의 핵심인 조절위에 관해서는 지난 5일자 「상국전선」 화기국의 소명을 통해 『…조절위는 극히 제한된 기구로 존연의의를 이미 상실했다.』고 못박았다.
우리는 이미 저들의「1·23 소명」에서 공동성명을 준수하자면서도 조절위는 언급도 않은 채 떠들썩한 군중대회를 열기 위한 실무급 예비회담소집을 운운한 저의를 감지했지만, 북한측은 공동성명을 명분으로만 이용하고 합의된 대화통로인 조절위에는 불응함으로써 대화자체는 기피한다는 속셈을 보인 것이다.
조절위가 「극히 제한된 기구」가 될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그것은 『남북공동소명의 합의사항을 추진시킴과 함께 남북사이의 제반문제를 개선, 해결하며 또 합의된 조국봉일원직에 기초하여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7·4소명6항) 구성된 것이며 통일문제, 정치·경제·문학·사회적 교류의 실현문제 등을「합의」, 「결정」하며 그 실항을 「보장」하는 (조절위구성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 2항) 광범위한 기능과 역할을 가진 기구다.
이처럼 조절위는 남북간의 모든 문제를 폭넓게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왕에 합의된 기구라는 점에서 가장 손쉽고 가능한 대화통로임이 분명한데도 북한측이 「극히 제한된 기구」 운운의 납득 못할 몇마디 말로 이를 사장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북한측이 조절위에 부응하는 것은 대화를 선전공작용으로만 이용하려는 근들의 기본자세에서 나온 것으로 최근의 우편물공세에서 드러난 저의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합의되지도 않은 이른바 「민족통일준비위」 구성을 위한 저들의 연락대표 4명을 20일 판문점에 파견할 것이라는 12일의 일방적 발표로써도 명백해졌다.
말하자면 북한은 대화라는 쌍무적사업에 대해 시·소만 명기한 일방적제의를 반복함으로써 「계의」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만 느낄 뿐 진정한 대화를 위한 제의에는 거부, 묵살로만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1·23소명」이 9월 전민족대회개최까지의 일련의 「스케줄」을 제시한 것도 지속적·반복적 선전효과를 노린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단발성의 대북제의보다는 지속성 있는 계획아래 대화문제를 끌고 가는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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