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유국의 원유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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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란」사태를 시발점으로 한 세계적인 원유수급 핍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사전대책을 서둘러야 하겠다. 벌써 원유의 공급부족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 제2의 석유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의 공급부족을 반영, 「스파트」시장에서의 원유 값은 「배럴」당 3∼4 「달러」의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원유가 갑자기 부족하게 된 것은 하루 5백만 「배럴」을 수출하던 「이란」이 작년 말부터 국내소요 때문에 수출을 일체 중단치 않을 수 없게 된데 비롯된다.
다행히 「사우디아라비아」 가 평상시보다 하루 약 3백만 「배럴」 을 긴급증산, 어느 정도 구멍을 메워줌으로써 큰 파동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러한 「사우디」 의 긴급증산은 미국의「에너지」 전략과 「사우디」 의 대내 전략이 이해를 같이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우디」는 금년부터 감산을 시작, 작년의 1일 1천20만 「배럴」내지 1천50만 「배럴」에서 9백50만「배럴」로 줄였고 곧 8백만「배럴」선으로 다시 감축할 것이라 한다.
「사우디」의 이러한 석유 감산은 긴급 증산조처가 유전수명과 생산 교류면에서 장기화하기 어렵다는 것과 「이란」의 「팔레비」 왕의 급격한 몰락을 보고 미국과의 제휴에 의한 왕정유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사우디」 의 감산은 세계 석유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 「사우디」 뿐만 아니라 「리비아」에서도 감산을 발표했다.
이러한 산유국들의 잇따른 감산은 가격 상승은 물론 원유의 수급균형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까지 OPEC(석유수출국기구)안에서 온건파의 대표 격이던 「사우디」와 「이란」 의 석유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 OPEC는 강경파쪽으로 경사되기 쉽다. 이는 석유 소비국으로선 매우 불안한 조짐이다. 만약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여 「이란」의 석유 금수가 3∼4개윌만 더 계속된다면 재계 석유수급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석유소비국들은 벌써 산유국에 특사를 보내어 안정적 공급량의 확보를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사태만으로도 원유의 공급부족 기조는 뚜렷하다.
「메이저」(국제석유재벌)들은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소비국들에 대해 원유의 삭감 공급을 이미 통고하고 있다.「메이처」는 세계적 규모에서 원유를 확보, 공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확보량이 모자라면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엑슨」이 10%,「걸프」·「칼텍스」가 20%,「셸」이15%, BP가 30∼40%의 공급삭감을 각각 통고했다. 이러한 원유의 공급 부족사태에 대응하여 국제 「에너지」 기구에 가입한 선진 10개국은 오는 3월초 「파리」 에서 이사회를 열고 석유절약과 상호융통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또 서방 소비국에선 벌써부터 대대적인 석유소비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비상대책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수급적정화법에 의해 민생용 「가솔린」·등유의 배급 체제까지 준비해 놓았다.
각국의 석유 비축량을 보면 「유럽」이 평균 1백9일, 미국이 1백20일, 일본이 83일분이다. 석유의 수입의존도가 20%(미국)에서 68%(프랑스) 정도인 구미에서조차 이토록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니 석유의 1백%를 수입하는 우리 나라도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가 「이란」 으로부터 도입하는 원유는 전체의 7%밖에 안되니 별 걱정없다는 논리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다. 석유 사태를 좀더 현명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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