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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 주방, 중문 현관 '줌마 센스'로 호사 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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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결혼 14년차인 회사원 정경화(40)씨는 최근 109㎡(33평)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셀프 리모델링’을 했다. 이사를 앞두고 인테리어업체의 견적을 받아보니 4000만원대의 금액이 나왔다. 고생스럽긴 해도 같은 돈으로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 더 좋은 자재를 마음껏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6년 전 82.6㎡(25평) 아파트를 고쳐 본 경험도 있었다. 이번에도 본인이 직접 시공만 안 했다 뿐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자재를 구입하고 공사를 맡기는 등 전체 공정을 관리했다. 그 결과 잡지에 나오는 화려한 집은 아니지만 살림을 하면서 불편했던 부분을 개선한 자신에게 꼭 맞는 아파트 인테리어가 탄생했다. 두 번의 실전 경험으로 터득한 그만의 집 고치는 노하우를 배워봤다.

현관 … 중문 설치로 소음과 먼지 차단

중문을 설치한 현관.

이번 리모델링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수납장이다. 특히 신발은 늘 수납 공간이 부족해 계절별로 돌아가며 창고 신세를 지기 일쑤였다. 이번엔 현관 내 ‘ㄱ’자 형태의 신발장을 짜 넣어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또 신발장 아래 자주 신는 신발을 벗어놓도록 마련된 공간의 높이를 높여 장화나 부츠, 굽이 높은 신발도 쏙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발장을 제작한 곳에서 안방과 서재의 붙박이장을 함께 제작해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하고 나서 만족한 선택은 현관과 거실 사이에 설치한 중문이었다. 그는 “소음과 먼지가 차단되는 효과가 있는데다 집이 훨씬 아늑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평수가 넓어지면서 다소 어두운 느낌이 들어 부분 조명을 설치했다. 을지로 조명 가게에서 조명을 구입한 뒤 확장 공사 업체에서 소개받은 전기기사에게 설치를 요청했다. 그는 “도기 등 자재를 직접 구입할 경우 1층까지만 배달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공사 일정에 맞춰 자재를 배달시키면 공사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자재를 옮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 번의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자신감이다. 그는 “처음 리모델링을 했을 때 유행하는 포인트벽지를 따라 했다가 금방 질려버렸고, 욕실에 해바라기 수전을 사용했다가 샤워할 때 불편함을 겪었다”며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잘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란다 … ‘아줌마’만 아는 걸레받이 타일

걸레받이 몰딩에서 착안해 창호와 바닥 사이에 타일을 깐 베란다.

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선 이런 장면이 나온다.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친구 선미(김유미)를 두고 다른 업체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한 지현(최정윤)이 “얘(선미)는 처녀라 아줌마들 마음을 모른다”고 말한다. 얄밉긴 하지만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쓰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셀프 인테리어는 본인이 살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정씨는 이전 82.6㎡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베란다를 확장했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다. 단열이 잘 안 될뿐더러 장마철에 환기를 할 수 없어 불편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엔 거실 베란다를 그대로 두되 베란다에 마룻바닥 무늬의 타일을 깔아 거실이 연장된 느낌을 연출했다.

이때 그가 특별히 신경을 쓴 곳이 베란다의 창호와 바닥 사이의 공간이다. 보통 이 공간은 수성 페인트로 마감을 하기 때문에 물청소를 했을 때 페인트가 벗겨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정씨는 거실의 ‘걸레받이 몰딩(마룻바닥과 벽지 사이에 두른 테두리)’ 방식에서 착안해 베란다의 창호와 바닥 사이 공간에도 타일을 입혔다.

거실 베란다를 제외한 방 2곳의 베란다는 모두 확장했다. 그는 “돈 좀 아끼려다 사는 내내 불편함을 겪었던 부분이 창호였다”며 “이번엔 비용이 많이 들고 공간이 좁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2중 창호를 설치해 단열 문제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베란다 확장에 앞서 그는 공사 공지→주민 동의→구청 신고의 과정을 거쳤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나부터 안전에 관한 원칙을 지키자는 생각이 들어 별도의 비용을 내고 설계사무소를 통해 구청에 확장 신고를 했다.

욕실 … 난관 많지만 좋은 자재 구매가 보람

오닉스 재질의 욕조와 고급 도기 제품을 설치한 욕실.

두 번째 리모델링이지만 가장 많은 ‘시련’을 안겨준 곳은 욕실이었다. 욕실이 두 곳으로 는 데다 욕조를 설치하려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씨는 을지로의 건축 자재 매장에서 욕조를 골랐다. 그런데 집으로 배달된 욕조를 보니 전혀 다른 욕조가 도착해 있었다. 알고 보니 본인이 선택한 건 몸을 담그는 부분의 모양이었을 뿐 욕조를 감싸는 틀인 스커트의 무늬는 별도로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양변기 설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 쓰던 양변기는 아랫부분에 굴곡이 많아 때가 잘 끼는 불편함이 있어 닦기 좋은 일체형 2기를 사왔다. 그런데 일체형 양변기는 크기가 커 수도관과 하수구 사이의 공간이 넓어야지만 설치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결국 안방에 딸린 욕실용 변기는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안방 욕실엔 자주 막히는 P자형 트랩(위) 대신 자바라식 트랩(아래)을 설치했다.

담당하는 업체가 제 각각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시행착오 끝에 “욕실의 천장재는 주문할 때 미리 조명의 위치를 알려줘서 재단해 오도록 해야 하고, 욕조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욕실 사이즈에 맞게 제작해야 마감이 깔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 욕실에 들어가는 수전(水栓·샤워기·세면대 등의 수도시설)과 도기 제품에서 호사를 누렸다. 그는 “인테리어업체에선 표준형 모델을 제안하는데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같은 비용으로는 좋은 자재를, 같은 자재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게 셀프 인테리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필요한 부분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방 욕실엔 속옷 등을 손빨래 할 수 있는 작은 세면대만 놓아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기존의 P자 트랩 대신 머리카락으로 막힐 염려가 없는 자바라식 트랩을 사용했다.

주방 … 청소하기도 쉽고 색깔도 예쁜 유리벽

파란색 강화유리 벽면이 돋보이는 주방에서 정경화씨가 차를 마시고 있다.

그의 취향과 센스가 돋보인 공간은 주방이다. 크림색 장에 진한 하늘빛의 벽면이 편안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통 싱크대 사이 공간에는 타일을 입힌다. 하지만 그는 조리할 때 기름이 타일에 튀면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틈새에 얼룩이 생긴다는 점 때문에 타일을 대체할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그는 강화유리에서 답을 찾았다. 대신 타일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컬러가 있는 유리를 택했다.

리모델링 전 주방의 모습. 개수대 배수통의 교체 전(위)과 후(아래). 물 빠지는 구멍이 바닥 양쪽에 위치해 물이 완전히 빠져 물때가 끼지 않는다.

지난번 리모델링에서 저렴한 제품을 사용해 싱크대가 뒤틀렸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싱크대에 대한 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세 가지 브랜드의 제품을 꼼꼼히 비교한 결과, 비슷한 가격대 중 안쪽 면까지 도장이 돼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했다. 늦은 시간 간단한 설거지 등을 할 때 쓰기 위해 싱크 안쪽에 LED 램프도 별도로 설치했다. 특히 싱크볼(개수대)의 배수구에 신경을 썼다. 그는 “기존 싱크볼 안에 든 배수통은 물 빠지는 위치가 중간쯤에 있어 통 안에 물때가 끼고 악취가 났다”며 “바닥의 양쪽에서 물이 빠져 청소가 쉬운 배수통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늘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뺐다. 정씨는 양문형 큰 냉장고를 사실상 자주 쓰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대신 조리 공간은 널찍했으면 했다. 이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양문형 냉장고는 과감히 뒤 베란다를 확장한 공간으로 빼냈다. 대신 주방에는 홈바형 김치 냉장고를 둬 조리 공간을 확보했다.

거실 … 손때 자주 타는 코너에도 몰딩을

단열을 위해 거실 베란다는 확장하지 않고 마루 무늬의 타일을 깔아 연장된 느낌을 연출했다. 소파는 브랜드의 아웃렛매장에서 구입.(左) 안방의 모습. 각 방의 창틀과 문틀은 교체하지 않고 인테리어 필름을 입혔다.(右)

그는 거실 공사를 위해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건축자재전문점을 방문했다.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으면서도 자재를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자재들을 꼼꼼히 비교한 결과 강마루를 최종 낙점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합판마루는 원목 느낌이 나 미관상 아름다웠지만 내구성이 약해 쉽게 상처가 생기는 게 흠이었다. 강마루는 내구성이 강한 강화마루와 원목 느낌이 나는 합판마루의 장점을 합친 것이다.

마감은 최근 인기라는 ‘마이너스 몰딩(몰딩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려 했으나 벽면 상태 때문에 포기했다. 벽면이 고르지 않을 경우 몰딩이 없으면 벽지를 깨끗하게 마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대안으로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 평몰딩(평평한 테두리) 방식을 택했다. 사전에 벽지업체에 벽면 상태를 알려 벽면에 핸디 코트(보수제)를 바르고 벽지를 발랐다. 코너에 손때가 자주 타는 점을 감안해 코너 역시 몰딩으로 마감했다. 시공 순서는 일반적으로 마루→걸레받이→도배→싱크대 설치 순으로 하지만 강마루의 경우 마루 손상을 줄이기 위해 걸레받이→도배→마루→싱크대 순으로 시공하기도 한다. 이 경우 마루 시공을 위해 공간을 띄워 놓고 걸레받이를 설치해야 한다.

이번 집은 이사 당시 문 하나가 망가져 있어 문을 전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축자재전문점의 모현중 대표는 “문 틀이 멀쩡하면 문짝만 교체하고 문틀엔 문짝과 같은 색의 인테리어 필름을 입히라”는 조언을 내놨다. 이 때문에 그는 문틀까지 바꾸는 대공사를 막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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