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버릴 곳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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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 원자력 논쟁의 중심과제가 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서기 2천년까지는 47만 6천개의 연료 접합체가 쌓일 것이며 이것을 고 「레벨」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그 부피는 3천 입방 m에까지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법에는 자주에 버리기, 지하매몰, 바다 밑에 버리기, 극지 빙원에 파묻기 등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미국 「에너지」성(DOE)에서는 「뉴멕시코」주의 지하 암염 층에 저장하는 폐기물 격리시험 「플랜트」(WIPP) 시설을 인가해 줄 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또 「네바다」의 핵 실험장이나 「핸포드」의 원자력 시설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하저장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하 수백 m에 폐기물을 묻는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각의 변동에 의해 지하의 폐기물이 직접 지상에 노출될 수도 있고 폐기물이 지하수에 섞여 지표까지 이동해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암석에 함유된 물은 저장시설에 침투해 들어가 장기적으로는 폐기물에 기계적·화학적·열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며든 물은 폐기물의 화학형을 변형시킬 수 있으며 폐기물의 「드럼」통이나 연료 집합체에 염수가 스며들면 방사성 물질의 용해가 촉진돼 많은 화학물질이 용출된다.
또 폐기물 「드럼」통은 처리 후 10년이 경과해도 5㎞의 열을 발생하고 1백년 후에는 0.5㎞, 연료 접합체의 경우에는 10년 후에 개당 0.5㎞의 열을 발생, 이 고열에 의해 광물질 중의 결정수가 분해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산소나 이산화탄소·유황·「할로겐」 등의 「가스」가 방출, 광물에 영향을 미치고 절국은 지하수에 스며들게된다.
단층·지진·기후 변화 등 자연현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방사성 물질의 수명이 끝나는 수백년 내지 수천 만년 후의 그 빈도·발생지점·크기·속도를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층의 과거는 알 수 있어도 장래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폐기물 저장 장소로서의 지층은 지각이 안정되고 지하수의 이동이 늦는 곳이어야 하며 그 주변의 지층의 이동상태나 성질이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맞는 저장 시설이 설계된 후 그 위험성을 평가해야만 한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이러한 지구과학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정치적인 용단이 없이는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은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복잡하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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