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시내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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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군의 도심 급습과 집중 폭격 후 더욱 황폐해진 바그다드는 상수도.전기.의약품 공급이 끊기면서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했다.

AP통신의 바그다드 취재진은 "쑥대밭으로 변한 바그다드 시내는 인적이 끊긴 채 폭발과 화재로 인한 매캐한 연기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미군 탱크가 지나간 도로들은 아스팔트가 온통 뜯겨나갔으며 신호등과 도로 표지판들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다.

주거지역인 라마단 14번가에서는 폭탄 한발이 터져 가옥 4채가 모두 파괴됐다.

이 현장에서 일가족 9명을 포함, 민간인 14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지난 4일 이라크 국영 TV로 방영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거리 연설이 행해졌던 알 사아흐 레스토랑 앞 인도는 미사일 공격을 받아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였다.

수돗물과 전기는 이미 며칠 전부터 끊어졌다. 외곽도로들은 거의 모두 미군에 점거됐고 전화선도 끊겨 바그다드는 외부세계와 완전히 고립된 상태다.

바그다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건물 밖에는 국제전화를 사용하려는 주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건물 밖에는 "상황이 악화되면 전화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바그다드 시내 병원들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부상자들로 만원 사태를 빚고 있다. 시체 안치소에는 더이상 자리가 없어 폭격 희생자들의 주검이 담긴 자루들이 밖에 쌓여 있다.

ICRC 측은 "모든 직원들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지만 한 시간에 1백명꼴로 부상자가 몰리고 있다"며 "의약품 공급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음식과 식수가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콜레라와 호흡기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은진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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