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후세인, 폭격당한 건물에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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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군이 7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은신처를 정밀 폭격한 뒤 "그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사망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면서 과연 후세인 대통령이 폭격을 피했는지, 아니면 사망했는지가 초점으로 떠올랐다. 미군이 폭격한 자리에는 건물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깊이 8m, 폭 15m의 거대한 웅덩이와 돌 무더기만이 남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만일 바그다드를 함락하고도 후세인을 놓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연합군의 승리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제2의 오사마 빈 라덴이 탄생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은 후세인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습은 바드다드의 한 미국 측 정보원의 제보로 이뤄졌다. 그는 후세인 대통령이 서부 주택가의 한 가옥에서 긴급 수뇌부 회의를 연다는 첩보를 미 중앙정보국(CIA)에 건넸다.

CIA는 이를 '대단히 믿을 만한' 정보라고 판단, 미 중부사령부에 넘겼고 45분 만인 이날 오후 3시쯤(현지시간) 바그다드 상공을 비행 중이던 B-1 폭격기 한대가 벙커파괴폭탄이 장착된 9백㎏짜리 GBU-31 합동직격탄(JDAM) 4발을 바그다드 만수르 주택가의 한 건물에 떨어뜨렸다. 위성에서 보내주는 좌표대로 이 폭탄은 건물에 명중했고 주변 가옥들까지 모두 4채가 대파됐다.

이라크의 구조팀은 현장에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9명 등 민간인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정말로 사망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MSNBC와 abc 등 미국 방송들은 8일 "이번에는 후세인 부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방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계속 보도했다. 반면 뉴욕 타임스는 "후세인이 실제로 그곳에 있었는지는 미 행정부와 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라크전 개전 당일인 지난달 20일에도 후세인이 은신해 있다는 벙커를 정밀공습했지만 후세인은 그후 TV에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7일 "전쟁 승리가 반드시 후세인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은 오래갈 것이고 쉽게 승리를 선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이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면 전쟁은 그야말로 미국의 계획대로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반대로 그가 살아있다면 미.영 연합군은 시가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7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있었다는 첩보에 따라 미군이 폭격한 바그다드 시내 만수르 지역 주택가 건물들의 잔해. 건물 형체는 다 사라지고 커다란 웅덩이만 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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