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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만 16명 … 뜨거운 해운대·기장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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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30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해운대-기장갑에 예비후보들이 ‘구름같이’ 몰리고 있다. 4선의 서병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에 당선되면서 12년 만에 ‘무주공산’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여야를 합해 자천타천 후보군이 19일 현재 16명이 넘는다. 17일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는 등 12명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공천 희망자들 가운데는 전직 의원만 4명(안경률·현기환·이종혁·허범도)이다. 석 전 지검장을 비롯해 직종도 다양하다.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 박상헌(정치평론가)·김영준(전 부산시장 특보)·김세현(전 친박연대 사무총장)·김정희(전 박근혜 대선후보 대외협력 특보)·엄호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박지형(변호사)씨 등이 나섰다.

 친이(親李)계 안경률 전 의원은 바로 옆 해운대-기장을에서 3선을 했다. 2012년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한 뒤 미국에 머물다 최근 복귀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친박(親朴) 핵심이다. 지난 총선 때 공천헌금 파문에 휩싸여 제명됐지만 무혐의로 복당했다. 6·4 지방선거 때 기획단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부산 사하갑이 지역구였으나 이번 재·보선을 통해 원내 조기 입성을 노리고 있다.

 부산진을이 지역구이던 친박계 이종혁 전 의원도 이곳을 두드리고 있다. 새누리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지낸 석 전 지검장은 “26년 검사 생활에서 지킨 소신과 원칙으로 서민의 대변자이자 따뜻한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이들과 경합하고 있다. 석 전 지검장의 부인은 서울 송파갑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장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누가 되더라도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자 새누리당은 전략 공천도 검토하고 있다. 윤상현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오직 당선 가능성만을 놓고 투명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부산시장 선거 때 친박 중진 서병수 시장이 고전한 점을 감안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할지, 중량급 정치인으로 맞설지 등의 전략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야권의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주목되는 것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후보의 출마 여부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해운대·기장만 보면 서 시장을 오히려 50.1% 대 49.9%로 앞섰다. 오 전 후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7월 재·보선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부산 발전을 위해 내 힘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해 출마 여지를 남겼다.

 부산이 고향인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장수는 전장을 가리지 않는다. 당에서 가라고 하면 지옥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기장은 오래전부터 뜨거운 선거구였다. 갑·을로 분구되기 전인 해운대 지역구 시절엔 한때 이기택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지역구였다. 그는 1985년 12대 총선과 88년 13대 총선 때 이곳에서 연거푸 당선됐다.

 2000년대 들어 갑·을로 분구되면서 공천 전쟁이 뜨거워졌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선 YS계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해운대-기장갑의 공천을 요구했지만 을 지역에 공천하자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신 한나라당은 해운대-기장 갑에 이기택 전 부의장의 비서관 출신인 손태인 당시 지구당위원장을 공천했다. 손 후보는 새천년민주당 김운환 후보를 꺾었지만 2년 뒤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를 이어 보궐선거로 입성한 사람이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바로 옆 해운대-기장을은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고향이다. 그는 자민련 총재 시절 벌어진 98년 보궐선거 때 김동주 후보를 총력 지원해 당선시켰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안경률 전 의원이었다. 당시 선거는 박태준과 와병 중이던 최형우 전 의원의 후견인 싸움으로 비춰졌다. 최 전 의원은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안 전 의원이 최형우계였기 때문이다. 보궐선거는 박 전 총재가 지원한 김 전 의원의 승리였지만, 안 전 의원은 2년 뒤인 2000년 16대 총선부터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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