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겨울엔 해가 짧다. 빨리 어두워지니까 아이들도 일찍 집안에 든다.
그런데도 대부분 가정이 7시전에 저녁식사를 할 수가 없다. TV의 어린이 시간이 끝나야만 아이들이 밥상 앞에 앉기 때문이다.
여름에 「서머·타임」이 있듯 겨울 한철만 TV방영을 1시간 앞당길 수 없을까? TV앞에 속수무책인 엄마들은 식는 밥상 앞에서 한숨만 쉰다.
□…예년같으면 지금쯤 「애거더·크리스티」가 세계의 그녀「팬」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머스」선물이 출판계를 휩쓸 때다.
탐정소설이니, 추리곡이니, 수사물이니 하는 범죄에 얽힌 얘기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공통심리중 하나.
1일밤 첫회를 낸 TBC의 『만년형사』는 가수지망 청년의 헛된 꿈이 빚는 살인을 주제로 택해 다양한 직업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어느 정도 사회성도 띠고 있고 흥미면에서도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드라머」의 균형면에서 볼 때 「타이틀·롤」인 김세윤에게 지나치게 비중이 기울어져 전체적인 조화를 잃고 있다.
김세윤의 분장이 암시하듯 한국판 『형사 콜롬보』를 만들 계획이라면 구태여 오현경 정도의 노련한 연기자가 들러리를 서야 할 까닭이 없지 않을까? 오현경의 역할에 보다 비중을 줘서 전체의 균형을 잡든가, 아예 김세윤의 단독무대를 만들든가. 초기에 틀을 잡아야할 것 같다.
또 하나-돈을 목적한 행위요, 살인의 직접동기인 정사장면을 우리네 TV로는 파격일만큼 길고 노골적으로 연출한것은 「섹스」를 사랑 아닌 범죄로만 그려온 TV「드라머」의 오랜 병폐를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언짢다.
□…MBC의 『청춘만세』는 사회자가 바뀜으로써 그 동안의 역겨움을 씻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서 반갑다.
우선 출연자의 이야기 도중에 함부로 뛰어드는 「코믹」한 논평이 없어서 진행이 한결 차분해졌고 모호하던 「프로그램」자체의 성격도 차차 분명해져간다.
단지 출연자들보다 오히려 한호흡쯤 늦는 듯한 「아나운서」들이 모처럼 싹튼 생기를 경직시킬까 그것이 걱정이다.
비슷한 때 사회자를 바꾼 TBC의 『쇼는 즐거워』는 새남성 MC 임용재가 아직 제「페이스」를 찾지 못해 고전하는 상태.
그러나 MC로서의 능력여부를 단정짓기엔 시기상조-하루빨리 초심자의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 충실한 대본과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