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피격 49명 사망 … 시위대 러 대사관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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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전날 격추시킨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 일류신(IL)-76 잔해를 둘러보고 있다. [루간스크 AP=뉴시스]

이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의 회동 이후 수습 기대를 낳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유혈 상태로 빠져들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13일 밤(현지시간) 루간스크시의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 일류신(IL)-76을 격추, 수송기에 타고 있던 49명이 숨졌다. 루간스크 시내는 분리주의자들이, 공항은 정부군이 장악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교대 병력을 태우고 가던 수송기가 고사포와 기관총 등의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단일 충돌로는 최악의 인명 피해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드시 보복하고 테러리즘 행태는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 날엔 우크라이나 수도의 키예프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계란과 화염병을 던졌고 러시아 국기를 찢었다. 차량도 전복됐다. 당시 경찰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경찰이 방조한 건 외교 공관 불가침을 규정한 빈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도 시위대의 공관 습격을 비판했다. “외교 공관에 대한 적절한 보안·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시에 러시아가 친 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걸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통한 중화기 유입을 강하게 우려했다. 미국은 11일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탱크 T-64 3대가 러시아로부터 왔다고 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방증 차원에서 아무런 표식이 없는 탱크 사진을 공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자 통화에서 “러시아 국경 너머로 군인들이 무기를 옮기는 걸 방지하고 분리주의자들에게 싸움을 멈추도록 주문함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킬 조건을 만들자”며 신속한 정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자국 무기의 우크라이나 반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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