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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작은 키, 알고 보니 '알레르기 비염'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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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은 어린이의 키 성장을 방해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자녀의 키를 좌우한다? 맞는 말이다. 코가 막히면 입 호흡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영양 공급과 신진대사 역시 방해를 받는다. 성장호르몬도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한다. 최근 알레르기 비염과 키 성장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키는 아이의 자신감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알레르기질환 전문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의 도움말로 알레르기 비염과 키 성장의 연관성을 짚어본다.

키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다. 성장판 연골로 가는 산소·수분·영양분·성장호르몬 등이다. 김남선 원장은 “키를 결정하는 선천적 요인은 23%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평균 키가 15년 전에 비해 5㎝ 정도 증가한 것을 보면 키는 유전보다 환경·영양 등 후천적 요인이 더 크게 관여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은 키 성장의 결정적인 방해 요인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콧속의 점막에 염증이 생겨 코 점막이 늘 부어 있다. 이로 인해 코로 숨을 쉬기가 어렵고 공기의 유입도 나빠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또 코가 늘 막혀 있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입맛이 없어져 영양 불균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김남선 원장이 코 막힘 증상을 호소한 200명의 어린이를 조사한 결과 51%에 해당하는 102명은 또래보다 10~15㎝가량 작았다. 이들 중 30명은 감기에 자주 걸렸고 25명은 축농증, 24명은 알레르기 비염, 23명은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해 일본 규슈에서 열린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서 발표했다.

수독 배출해야 비염 치료하고 키 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을 ‘수독(水毒)’으로 본다. 수독은 체내의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다. 수독이 쌓이면 성장판이 차가워지고 성장판 연골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김 원장은 “성장판 연골의 세포분열이 둔화되면서 키 성장이 저하된다”며 “수독을 제거하면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동시에 키 성장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독은 탕약·레이저·침으로 개선한다. 탕약은 수독을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약재를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마황·백작약·오미자 등이 들어 있는 소청룡탕을 처방했다. 증상에 따라 녹용·신이화·황기·인삼 등의 약재가 추가된다. 김 원장은 “경혈 부위에 침을 놓고 온열 레이저를 콧속 점막에 쏜 뒤 소청룡탕을 투약하면 치료 효과가 91%까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침은 경혈을 자극해 성장판으로 가는 혈액을 증가시킨다. 성장치료로도 활용된다.

최근에는 유칼립투스 오일을 이용한 향기요법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적용한다. 김 원장은 “유칼립투스 오일은 살균 효과가 뛰어나 거담제나 진정제로 호흡기질환 치료에 주로 쓰인다”며 “침이나 탕약에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를 치료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장은 오는 27~29일 제 65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서 이 같은 치료 노하우를 전한다. 도호의과대학 미우라 도오 박사, 고노 요시나리 교수 등과 함께 토론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약재처방 양상과 차이점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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