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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필승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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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진 갤럭시]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막이 올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른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알제리·벨기에 경기 때 입을 슈트를 이미 정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그의 슈트 차림은 상대팀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홍명보 스타일에 스민 필승 코드를 분석해 봤다.

남성복, 특히 슈트 차림에선 넥타이가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이다. 넥타이란 요소가 전체 의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가장 눈에 띄고 여러 무늬로 멋을 내 메시지를 담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홍 감독 넥타이 색상은 상대팀 국기에서 주조를 이루는 색의 보색(補色)이다. 첫 상대인 러시아 국기는 빨강·파랑·하양 3색. 가장 강렬한 빨강은 러시아 대표팀 경기복 색상이다. 홍 감독은 빨강의 보색인 푸른빛 넥타이로 러시아 선수들의 기를 꺾을 작정이다. 푸른색은 광택이 강조돼 있어 러시아 경기복의 어두운 빨강을 압도할 정도로 기운차다.

 일반적으로 특정 국기에서 주조를 이루는 색은 해당 국가 선수에게 안정감을 주며 의욕을 고취시킨다. 보색은 ‘우린 완벽하게 준비돼 있으니 덤빌 테면 덤벼봐’라든가 ‘언제든 너희를 꺾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런 이유로 23일 알제리와의 경기 때 홍 감독은 보랏빛 넥타이를 착용할 예정이다. 알제리 국기엔 진초록이 주조인데 보색이 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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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대(對) 벨기에 전에선 니트로 짠 진청색 넥타이를 맨다. 벨기에 국기는 검정·노랑·빨강이다. 벨기에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홈팀 자격이라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을 예정인데 벨기에의 어웨이팀 유니폼은 본래 검정이다. 팀별로 경기복 색상이 확연하게 구별돼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벨기에는 이날 검정이 아닌 노랑 경기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해 노랑을 확실히 압박할 진청색이 넥타이 색상으로 정해졌다.

 넥타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화제였다. 승리의 상징처럼 회자된 ‘두 골 타이’가 그것이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허정무 감독이 맨 빨강·파랑 사선 무늬 넥타이다. 에콰도르·일본과 치른 평가전, 그리스와의 월드컵 경기 등에서 모두 2-0으로 승리할 때 허 감독은 이 넥타이를 맸다.

홍명보 감독의 슈트를 준비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갤럭시’팀은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을 수차례 현지 답사했다. 브라질은 나라가 넓어 경기장마다 기후 조건이 달라 꼼꼼하게 모두 확인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경기가 열리는 곳의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홍 감독이 입을 세 벌의 슈트 소재가 정해졌다. 첫 번째 슈트는 모헤어(mohair)다. 첫 경기가 열리는 쿠이아바는 남미대륙의 정중앙에 있다. 6월 평균 기온 17~31도, 습도 60~70% 정도다. 경기는 현지 시간 오후 7시에 열릴 예정으로 22~24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약간 높은 온도에 다습한 환경이다. 모헤어는 앙고라 산양에서 얻은 섬유로 촉감이 시원하다. 또 습기가 높아도 옷이 몸에 덜 달라붙어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두 번째 경기는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다. 경기 당일 기온은 15~17도, 강수확률도 높은 편이어서 습기에 잘 견디는 울 100% 소재로 슈트가 제작됐다. 세 번째 슈트를 입게 될 상파울루 경기장은 가장 무난한 날씨여서 기본적인 울 소재의 진회색 슈트가 주인공이 됐다.

 홍 감독은 갤럭시 디자인팀에 단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전했다고 한다. ‘멋지되 멋 내지 않은 듯할 것’ ‘최대한 몸에 꼭 맞는 슬림핏 슈트로 해 줄 것’이었다. 이런 요청을 반영해 홍 감독의 슈트는 최대한 무늬를 자제한 점잖은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화보 촬영에는 홍 감독의 재킷 왼쪽 가슴 부분에 행커치프를 꽂았지만 월드컵 경기 당일엔 행커치프를 볼 수 없다. ‘과하게 멋 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재단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몸에 꼭 맞는 ‘슬림핏’이 됐다. 홍명보호(號)는 전체적으로 첨단 패션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홍 감독뿐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도 전부 슬림핏 슈트를 원했다고 한다. 전체 의상 컨셉트와 넥타이 색상 등은 ‘갤럭시’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현정 디자인실장이 맡았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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