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기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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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대 국회를 마감하는 제1백회 정기국회가 20일 개회된다.
이번 국회는 9대 국회를 결산하는 뜻에서, 또 건국 후 1백 번째의 국회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막상 1백회 정기국회는 12월에 실시될 총선거에 치여 90일의 회기마저 3분의 1이나 단축될 판이다.
9대 국회 6년 동안 제기되었다가 못다 처리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이 단축된 정기국회 회기 중에 제대로 매듭이 지어질지 걱정이다.
12월로 선거를 앞당겨 실시하는데서 올 여러 이점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과연 회기를 한 달씩이나 줄이는 게 불가피한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총선거를 목전에 둔 이번 정기국회는 알찬 운영을 저해할 요인도 많겠으나, 9대 국회의 결산 국회답게 충실히 운영되어야 하겠다.
선거를 앞둔 국회는 선거를 의식한 분위기의 경화위험과 함께 의원들의 잦은 귀향으로 분위기가 해이해질 두 가지 상반된 위험성을 모두 지니기 마련이다.
목전의 선거를 의식해서 충분히 대화와 호양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마저 일방적인 고집으로 훼손시키는 일은 물론 없어야 하겠다.
현재 국회에는 그 동안 야당이 제안한 이른바 정치의안을 비롯해 많은 안건이 계류중이다. 이들 안건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러한 계류안건들을 선별해 주석의 구분 없이 무더기로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9대 국회의원에게 지워져 있다.
또 회기를 3분의 1이나 단축한 정기국회가 선거분위기에까지 휘말리게 되면 9대 국회는 자칫 엉망으로 마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점 의원들의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
9대 국회의 지난 6년간의 활동에 대해서는 정치가 부족했느니, 행정관료와는 다른 국회 고유의 행동논리가 결여되었었느니 하는 비판의 소리를 종종 듣게 뇐다.
국민의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는 일보다 행정부의 시책을 추인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에 안주하려했다는 비판이다.
전문성은 있다하더라도 행정관료는 역시 국민의 편의와 이익보다는 관료의 편의를 우선하기 쉬운 발상의 한계성을 지니기 쉽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괸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다.
따라서 국민에 뿌리를 두고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은 그 소속이 여당이건 야당이건, 관료나 여당의 논리가 아닌 국회고유의 행동논리를 지녀야만 하는 것이다.
작년 97회 임시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한 『시국수습에 관한 대 정부건의』는 이러한 행동 논리의 모처럼의 발현으로 평가되었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건의는 별로 현실적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9대 국회가 스스로 제기한 이 건의의 현실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9대 국회의원들에게 지워져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번 국회가 비록 회기는 짧아도 9대 국회의 결산 국회답게 알차게 운영되도록 여야가 최대의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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