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산학협력 기사] “사례금으로 5만원 드립니다!” 대학가 시험 족보 온라인 뒷거래 횡행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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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기말고사를 앞두고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명 ‘시험 족보’를 사고파는 족보 뒷돈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시험 족보란 동일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의 전년도 기출 문제를 요약 정리한 것. 실제로 대학교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시험 족보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에 같은 학과 선배 혹은 동아리 선배를 통해 ‘시험 족보’를 물려받는 것은 과거부터 있어왔던 일.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해 이를 사고파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 족보’가 필요한 학생이 학교 커뮤니티에 이를 구한다는 글과 함께 사례금을 제시하면 판매자가 비밀리에 쪽지를 보내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이다. 다른 학생이 올린 게시글 밑에 동일한 족보를 구매하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김 모 군(25)은 “지난학기에 들었던 수업 중 한 과목이 ‘시험 족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세 명으로부터 쪽지가 와 그 중 한 명과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시험 족보’를 원하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인맥 부족으로 이를 물려줄 선배가 없거나 타과 수업을 듣는 복수전공생들. 경제학과 복수전공중인 대학생 이민아(23)양은 “매년 유사한 시험 문제가 출제되는 과목은 전공생들 사이에서 족보가 돌고 도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험 문제의 유형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이재연(27)군 역시 “시험 족보가 A+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족보가 돌면 당연히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별 커뮤니티나 카페에 인기 교양강좌 족보를 구하는 게시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대학생 이정인(22)양은 “전공 공부하기도 빠듯한 시험기간에 교양 수업 족보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마다 거래되는 족보의 액수도 천차만별. 일반 교양강좌의 경우 족보 하나 당 만 원을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공과목은 기본 3만원부터 시작해서 부르는 게 값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공과목의 경우 수업을 같이 듣는 동기들과 돈을 모아 족보를 구매한 뒤 공유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이 현(21)군은 “5만 원짜리 전공시험 족보지를 3명이 돈을 모아 산 뒤 다 같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족보 뒷거래를 최대한 막기 위해 시험 문제 유형이나 기출 문제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문신일 교수는 “수업을 처음 듣는 학생이나 타과 복수전공생 등 시험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배려해 시험 출제 유형과 예상 문제가 적힌 ‘스터디 가이드’를 시험 일주일 전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학과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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