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모든 학문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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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어 교육의 강화 건의는 진작 있어야 했을 일이었다. 해방 후 30여년을 비생산적인 한글 전용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뒷전에 밀려나 있던 일이다.
1.국·중교의 국어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국어는 각 학년 주당 6시간으로 돼 있다.
그러나 미·소·불·서독·중동의 경우 초등학교 저 학년에선 전 교과 시간의 반을 국어 시간에 충당하고 있으며 같은 한자 문학권인 일본도 각 학년 주당 7, 9, 8, 8, 7, 7시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읽기·쓰기·산수의 세 가지는 인간 교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으로 중요시해 오지 않았던가. 그 읽기와 쓰기가 국어교육의 영역인 것이다.
국어는 모든 과목에 선행하여야 할 기본 과목이며 이해력과 발표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직접적 목적에서만 아니라 국민정신을 양양하고 민족 의식을 고취하는 면에서도 중시되어야 한다.
혹자는 일본의 경우 소학교 1학년부터 한자 「가나」혼용 문으로 국어교육을 하니까 많은 국어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한글만으로 교육을 하니까 시간이 적어도 되지 않느냐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한자말이 태반인 우리말의 현실에서 한글 전용 교육으로 그 숱한 한자말의 뜻풀이나 발음 지도나 표음 지도를 하는 것이 국한 혼용 교육보다 훨씬 비능률적이다.
이것을 비능률적인 한글 전용으로 교육하면서 그 시간 수가 일본에 비해 적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일본의 「가나」는 몇자 안 되는데 비해 우리의 실용되는 한글 글자의 수는 2천자를 훨씬 웃도는 것이며 지나친 표의화 등으로 맞춤법이 어렵게 돼 있어 그 습득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여러 점을 감안하면 초등학교 중학교의 국어 시간은 대폭 늘려야 한다.
2.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국어는 필수여야 한다.
초등학교 졸업생이 한글을, 중·고 졸업생이 한자를 모른다 하고, 학교교육을 마치고도 이력서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공문 하나 제대로 작성할 줄 모른다는 세평도 있는바 이것이 모두 국어교육의 책임이다.
이렇게 하급 학교의 국어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학의 국어교육에서 기초 한자를 가리키고 실용문 작성 지도를 해야 할 실정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험 대학 실시 이후 학태 감소 등 이유로 국어교육을 경시하는 경향이 일부 대학에서 있는 듯 하다.
3.모든 교과서는 국한 혼용으로 편찬되어야 한다.
「한자말의 모태인 한자를 가리키는 것이 바로 국어교육의 지름길이다.」
가령 기초 한자(중학교용) 9백자를 초등학교에서 가리킨다 할 때 그 노력이 적은 것은 아니지마는 그러나 이들을 「천 하늘 천·인 사람인」식으로 그 뜻과 음을 이해하면 이들이 상호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한자말이 7만 단어 이상(9백자가 앞에 놓여 이루어지는 말 6만2천여, 뒤에 놓여 이루어지는 말 근1만)이나 되므로 줄잡더라도 수만 단어의 뜻을 쉽게 깨치고 정확하게 오래도록 기억 할 수 있어 그것이 능률적인 것이다. 【남광우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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