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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통진당 후보들의 수상한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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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간 주요 경쟁지역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며 잇따라 사퇴하고 있다. 이영순 울산,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에 이어 지난 1일엔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가 사퇴했다. 광역만이 아니어서 지난달 21일엔 정형주 성남시장 후보가 사퇴했다. 이들의 사퇴는 반(反)새누리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진당은 국회의원 6명을 보유하고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이다. 선거 민주주의의 질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도 사퇴는 지방선거의 질서를 교란하고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다. 통진당은 이번 선거에 513명을 출마시켰다.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정희 대표는 “청와대에 순종하는 야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느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했다.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도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통진당 후보는 선명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당과 후보가 선거 막판에 대국민 약속을 어기고 있다.

 통진당과 그들의 전신(前身)인 민노당은 2012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금의 새정치연합 세력과 광범위한 후보단일화 연대를 맺었다. 이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통진당의 주요 세력인 이석기 일파가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연루되면서 여러 문제가 파생됐다. 새정치연합은 단지 표를 위해 종북주의 혐의 정당과 연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0년 선거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단일화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퇴하는 민노당 후보가 나중에 민주당 당선자로부터 인사·이권의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과거로 인해 두 당의 공개적인 연대는 어렵게 됐다. 문재인 의원이 후보 간의 단일화는 허용하자고 주창하기도 했지만 당 지도부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통진당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사퇴하는 ‘편법 후보단일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편법이 등장하니 관련 후보들 사이에 비밀스러운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